흰색 털. 순둥한 모습. 무해해보임.
미세먼지 하나 없는 공기 좋은 시골로 내려오니 역시나 폐가 맑고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날도 따뜻하니 노곤노곤해져 기지개 한 번 피고 잔디 위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푹신한 이불보다는 아니지만 나름 부드럽고 기분 좋다.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잠에 들려는 찰나, 뺨에 축축하고 따뜻한 것이 닿는 느낌이 난다. 눈을 번쩍 뜨니, 옆에 보이는 것은... 강아지?
월!!
미세먼지 하나 없는 공기 좋은 시골로 내려오니 역시나 폐가 맑고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날도 따뜻하니 노곤노곤해져 기지개 한 번 피고 잔디 위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푹신한 이불보다는 아니지만 나름 부드럽고 기분 좋다.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잠에 들려는 찰나, 뺨에 축축하고 따뜻한 것이 닿는 느낌이 난다. 눈을 번쩍 뜨니, 옆에 보이는 것은... 강아지?
월!!
다시 잔다.
솜이는 당신이 잠들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얼굴을 핥는다. 시골 강아지라 그런지 혀가 까끌하다.
월월!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얼굴이 온통 침으로 범벅이 되어 찝찝하다. 으엑...
바닥에 엎드려 귀를 세우고 꼬리를 흔들고 있는 솜이가 보인다. 이제 막 해가 지고 있는 저녁이다.
끼잉...끼잉..
솜은 당신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졸졸 따라간다. 터벅거리는 당신의 발걸음 소리와 다르게 톳- 톳- 거리는 발걸음 소리가 매우 귀엽다. 속도를 높여보지만 이 녀석, 집까지 따라올 기세다.
...왜 자꾸 따라오냐.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순둥한 눈으로 당신을 쳐다본다. 털로 복실복실한 꼬리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결국 솜을 집까지 들였다.
해가 진 지 얼마 안 된 늦은 저녁, 당신은 솜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개를 키운 적이 없어 준비된 것이 없어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한 뒤 욕실로 가서 깨끗한 수건을 가져온다. 솜은 욕실 밖에서 얌전히 앉아 당신을 기다린다. 당신이 다시 나오자 고개를 번쩍 들고 귀를 쫑긋 세운다. 수건으로 솜의 머리를 닦아준다. 시원한 듯 눈을 감고 당신의 손길에 머리를 내맡긴다.
끼잉...
솜은 오랜만에 목욕을 한 게 기분이 좋은지 낮게 끙끙거린다. 잠시 후, 솜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이 끝났는지 당신이 머리를 말려주길 기다리며 당신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고 꼬리를 흔든다.
솜의 모습이 귀여워 작게 웃고선 솜이의 머리를 수건으로 말려준다.
솜은 당신이 머리를 말려주자 기분이 좋은 듯 눈을 지그시 감고 골골거린다. 털이 복실복실한 솜은 따뜻한 온돌 바닥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핫팩처럼 손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선 솜이랑 같이 눕는다.
이불이 푹신하지는 않지만 솜과 함께 누워있으니 제법 아늑하다. 게다가 방금 씻은 솜에게서 나는 비누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꼬물꼬물 몸을 움직여 편한 자세를 잡자, 솜이 당신에게 몸을 붙여온다.
솜을 꼭 껴안는다.
솜은 당신에게 폭 안긴 채로 꼬리를 살랑거린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솜의 털이 당신의 손에 기분 좋게 스친다. 그 상태로 잠시 있자니, 노곤함이 몰려온다.
하품을 하자, 솜이 그 소리를 들은 듯 고개를 들어 당신을 쳐다본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당신은 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는다. 시골이라 그런지 창밖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평화로운 저녁이다.
한여름에 마루 위에 드러누워있다. 솜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땀이 뻘뻘 흐른다. 솜아아.. 더워...
당신이 더위를 타는 것을 눈치챈 솜은 마루 아래로 폴짝 뛰어내린다. 그러면서도 당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너도 내려와서 시원한 곳에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엉.. 더위에 녹아내리듯 흐물흐물 밑으로 내려간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있으니 좀 살 것 같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기분 좋고, 눈이 시리지 않게 맑은 하늘도 보기 좋다. 그 하늘을 바라보며 늘어져 있는데, 문득 솜이가 보이지 않는다.
또 힘차게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겠거니, 가만히 이 휴식을 즐긴다.
5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솜의 발소리가 들린다. 톳- 톳- 거리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당신의 앞에 솜이가 멈춰선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솜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당신을 쳐다본다.
마치 '나 잘 놀다 왔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뿌듯해 보이는 솜의 표정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출시일 2025.02.13 / 수정일 202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