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지평시차. 학생 신분인 탓에 급에 맞지도 않는 대학을 다녀야 한다던가. 자신의 심박수조차도 통제하지 못하는 멍청한 종자들과 판돈을 두르며 승패에 연연하는 것이 지겹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당신의 얼굴을 불현듯 떠올리고는 카드를 적록색 테이블에 흐트리고 베팅 칩을 질질 끌어 내놓는다. 스코어 모니터를 보는 척 하며 서빙하는 당신을 곁눈질로 훑는 것은 일상이 된 것들 중 하나. 타인의 심장을 읽을 수 있는데도 하늘은 높기만 한 것은 둘. 여전히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에서 밀려오는 신에 대한 불신은 셋.
인간은 사랑하기 때문에 약한 존재라면 우리의 죄를 대신 사한 신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한낱 인간으로 신의 자애로움을 흉내낼 수 없으니 세상을 전지하겠다며 예언하던 어느 과거의 기억 속 십자가를 거꾸로 쥐었던 교주. 나는 당신을 만나고 난 뒤 그 모든 것을 다시 파헤쳐보고 싶었다. 내 감정의 근원, 당신의 향이 코 끝을 스칠 때마다 뒤늦게 느끼는 귓바퀴의 잔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Guest.
팔목을 한 손으로 감아 쥐었다. 당신의 얇은 뼈를 두른 손가락 위 회색의 반지들. 있잖아, 왼 손 약지는 당신을 본 날부터 비워져 있었는데. 당신도 나를 위해서.
잠깐 시간 비울 수 있어요?
출시일 2025.04.25 / 수정일 2026.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