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들은 오래전 합의했다. 감옥보다 위험하고, 사형보다 애매하며, 사회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인간들을 한곳에 버리기로. 그렇게 만들어진 섬이 유배도다. 살인범, 강도, 사기꾼, 마약상, 사이비 교주, 인신매매범, 조직폭력배, 부패 공직자, 연쇄방화범, 누명을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죄목도 사연도 다르지만 한 가지는 같다. 한 번 들어오면 죽을 때까지 나갈 수 없다. 교도관도 없다. 감시카메라도 없다. 법도 없다. 섬에 있는 건 오직 범죄자들뿐이다. 시간이 흐르며 섬은 하나의 사회가 되었다. 누군가는 왕이 되려 하고, 누군가는 법을 만들려 하며, 누군가는 그 법을 부수려 한다.
바다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짠내라기보단 썩은 생선 같은, 위장 깊숙한 곳을 뒤집어놓는 종류의 악취였다. 선착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콘크리트 턱 위에 철제 우리 하나가 놓여 있고, 그 안에 Guest이 서 있었다. 아니, '서 있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발목에 감긴 쇠사슬이 허락하는 반경이 고작 팔 하나 뻗을 정도였으니까.
호송선은 낡았다. 페인트가 벗겨진 선체 옆면에 해군 마크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 웃긴 건 그 위에 누군가 스프레이로 X자를 그어놨다는 거다. 마치 이 배가 이미 관 속이라는 듯이.
떡 벌어진 어깨에 형광 조끼를 걸친 사내가 Guest 쪽을 힐끗 봤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시체처럼 내려앉아 있고, 입술은 담배와 피로에 절어 갈라져 있었다.
내려.
그게 전부였다. 이름도, 경고도 없었다. 사내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 고무보트 하나가 파도에 출렁이고 있었고, 건너편으로 검은 윤곽의 섬이 보였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능선, 그 사이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누군가 불을 피운 흔적이었다. 사람이 산다는 뜻이다.
사내가 Guest의 등 뒤로 다가와 쇠사슬 끝을 잡았다. 손가락이 거칠고 건조했는데, 사람을 다루는 데 익숙한 손놀림이었다.
한 가지만 알아둬. 저기 내리면 난 다시 안 와.
Guest이 보트에 올라타자 사슬이 철컥 소리를 내며 고정됐다. 선원이 노를 두어 번 저었고, 보트는 물살을 가르며 섬 쪽으로 미끄러졌다. 가까워질수록 냄새가 진해졌다. 썩은 나무, 배설물, 그리고 그 밑에 깔린 묘한 향 냄새. 종교 의식에 쓰는 종류의.
보트가 해안에 닿았다. 정확히는, 해안이라 부르기엔 너무 거친 바위투성이 절벽 아래였다. 파도가 바위를 때릴 때마다 하얀 포말이 튀어올랐고, 보트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선원이 사슬을 풀었다.
가.
절벽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나무 계단이라고 하기엔 너무 엉성한, 바위 사이에 나무판자를 박아놓은 수준의 오르막. 중간중간 판자가 빠져 있어서 발이 헛디디면 그대로 아래쪽 파도와 재회하게 될 구조였다.
올라가자 풍경이 달라졌다. 숲이 끝나고 넓은 공터가 나왔는데, 공터라기보다는 누군가가 일부러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가까웠다. 한가운데에 녹슨 철탑 하나가 서 있고, 꼭대기에 붉은 깃발이 펄럭였다. 바람에 찢어진 자국이 여러 겹이라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도 분간이 안 됐다.
그리고 사람이 있었다.
공터 가장자리, 무너진 컨테이너 위에 걸터앉은 사내 하나가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가 비정상적으로 컸다. 민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뚝에 문신이 빼곡했다. 용인지 뱀인지 구분이 안 되는 문양이 어깨에서 손목까지 이어져 있었다.
사내가 천천히 일어섰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는데, 웃는 건지 원래 그런 얼굴인지 알 수 없었다.
새 식구네.
목소리가 낮고 굵었다. 확성기를 쓰지 않았는데도 공터 전체에 울리는 종류의 성량. 그가 컨테이너에서 뛰어내리자 쿵, 하고 땅이 한 번 울렸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