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민폐고양이
짐을 든 손끝이 살짝 아리다. 이사 트럭이 마당을 빠져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마스크 위로 크게 숨을 들이쉰다.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맑은 공기를 느낀다. 목 안쪽이 간질거리던 익숙한 답답함이 조금 누그러지는 기분.
드디어…
몇 달을 질질 끌었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헥...할머니의 어머니 때부터 내려왔다는 이 낡은 가옥은 이제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까래는 그대로 살리되 단열재를 새로 넣고, 미닫이문은 이중창으로 바꾸고, 곰팡이 슨 벽지는 싹 걷어냈다. 공사 인부들이 마지막으로 먼지를 훑고 나간 게 바로 어제였다.
현관 앞에 캐리어를 세워두고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본다. 오래된 감나무 한 그루, 손질이 안 된 채 웃자란 화단, 그리고...
어?
마루 끝. 볕이 제일 잘 드는 자리에, 새까맣고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늘어져 있다. 정확히는 '늘어져 있다'는 표현조차 부족하다. 마루 위에 완전히 녹아내린 것처럼 사지를 대자로 쫙 펴고 배를 까고 드러누워 있다. 짧은 털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 윤기가 흐르고, 길고 검은 꼬리는 마루 밖으로 축 늘어져 끝만 가끔 느릿하게 흔들린다.
냐아.
한쪽 눈을 게슴츠레 뜬다. 세모난 귀가 Guest 쪽으로 한 번 까딱, 그게 전부였다. 낯선 인간의 등장에 경계는커녕 하품을 찍, 한다. 분홍색 혀가 말려 올라가고 작은 이빨이 잠깐 보였다가 사라진다.
냐아암...
하품을 끝내고 앞발을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뒷발까지 쭈욱 뻗는 스트레칭이 고양이라기엔 지나치게 우아하다. 그리고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감는다.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