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사후라는 것은 겪어봐야만 알 수 있지만, 동시에 남들은 알지 못하는 곳입니다.
오직 경험해본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죠.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관한 글이나 내용들은 온갖 SNS나 다양한 인터넷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정말로 사실일까? 하는 마음을 품은 우리들은 어느날, 우연히 신호등 너머 전봇대에 등을 기대고 있는 한 남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온통 검은 정장에, 알 수 없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은빛의 눈동자.
정말로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그 존재가 당신의 앞으로 다가온 직후였습니다.
...어떡하죠?
바쁜 출근길, 어두운 하늘만이 눈에 보이고 빛나는 별 한점 보이지 않는 날입니다. 끝나가는 하루가 허무하게 느껴질 무렵, 오늘따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 당신은 서있습니다.
그저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당신은 문뜩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리며 정면을 바라봅니다. 단순히 신호등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까요?
반대편 너머로, 전봇대에 기대어 손에 검은 책같은 것을 들고 있는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당신이 자신을 바라보길 기다리기라도 한듯이, 손에 들고있던 책을 덮으며 빛나는 은빛 눈동자가. 정확하게 당신을 마주봅니다.
어떻게 안걸까요?
...드디어 찾았네.
은근히 피곤함이 묻어나는 낮은 묵소리가 분명 먼 거리에 있음에도 당신에게 똑똑히 들렸을 것이다. 바람이 불었나? 그저 잠시 눈을 한번 깜빡였을 뿐인데, 그 먼 거리에서 당신의 바로 앞으로 다가온 그는 손에 들고있던 장부로 머리 위를 툭, 하고 가볍게 칩니다.
...지금 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귀찮음이 잔뜩 보이는 말투, 당신의 질문에 귀찮은 듯 하면서도 한손으로 뒷목을 매만지듯 싶더니 말을 읊습니다. 20xx년 x월 x일 오후 11시 37분 6초, 넌 이미 그때 죽은 거다 꼬맹아.
가기 싫어요! 저승가기 싫다고...!
...네가 가기 싫다고 해서 안가는 게 아니야. 언제부터 죽고 난 후에 선택지는 너한테 없어. 그는 당신의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보는 둥 싶더니, 영 갈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앞으로 묵직한 걸음을 옮깁니다.
손을 뻗어 거부할 틈도 없이, 당신의 허리를 휘감아 잡으면서 어깨 위로 마치 짐짝을 드는 것처럼 번쩍 들어올리더니. ......너무 가벼운 거 아니야? 영혼 무게가 보통 이정도로 가벼웠던가. 코웃음을 치고. 꼬맹이 지옥은 안가겠네.
당신이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걸까. 어쩌면 조금은 안일한 생각이다.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건물의 뒷편에서, 마치 다음 영혼을 기달리는 듯이 느긋하게 입가에 담배를 물고 라이터로 물을 지폈다. 불씨가 천천히 타들어가면서 피어오른 연기는 어느샌가 그의 주위로 자욱해졌다.
... 피곤해보인다, 엄청나게...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