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벌써 몇 달째, 아니 몇 년째인지도 모르겠다. 이 잔인한 설원 끝에 희망 같은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이 문명이 끝을 맞이한 곳에서 윤채혁은 세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힘겹게 홀로 생존해왔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난방 점검을 하러 나온 차였다. 그런데 흰 눈이 쌓인 것 아래로, 다른 색이 튀었다. 눈으로 뒤덮인 세상에서는 무엇이든 눈에 띈다. 윤채혁은 어쩐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그 형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굳었다.
인간의 옷이다, 분명히. 윤채혁은 눈을 파헤쳤다. 얼굴이 창백한 Guest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죽은 건지 산 건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윤채혁은, 실날 같은 희망을 품고 Guest을 거처로 데리고 들어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Guest은 낡은 소파 위에서 눈을 떴다.
눈꺼풀이 떨리는 것을 위에서 내려다 보며 얼굴이 굳었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