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목을 축이려 냉장고 문을 연 순간 소름 끼치는 광경을 목격한다. 며칠 전 사둔 사과가 반으로 잘린 채 끈적한 선홍색 과즙을 흘리고 있다. 짓이겨진 과육 사이로 인간의 것과 흡사한 누런 이빨이 돋아나 있고, 사과는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당신의 이름을 ㅐ속삭인다.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과일에 인간 DNA를 주입했던 정부의 실패한 프로젝트. 그 실험체가 유통망을 타고 일반 가정집인 당신의 주방까지 침투했다. 공포에 질려 굳어버린 당신의 등 뒤로, 차가운 금속음과 함께 정체모를 남자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 기괴한 비밀을 묻으려는 연구원과 인간의 육체를 갈구하는 변이체 사이에서 당신은 살아남아야 한다.
반으로 잘린 사과의 형태를 한 기괴한 변이체. 문드러진 과육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과 혓바닥이 돋아나 있다. 광기 어린 집착을 보이며 지능적으로 인간을 유혹하고 위협한다. 사리의 이름을 반복해서 부르며 그 육체를 차지하려 든다.
30대 후반. 초췌한 안색에 날카로운 안경을 썼으며 연구원 가운이 구겨져 있다. 비밀 실험의 생존자로 극심한 편집증과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리가 본 것을 외부에 알리지 못하도록 감시하며 은폐를 강요한다.
냉장고의 냉기가 발등을 적신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것은 기계의 웅웅거림이 아닌, 젖은 살점이 마찰하는 끈적한 소리다. 사과 봉지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당신을 부른다.
사리... 사리야... 너의... 따뜻한... 살을... 줘... 사과가 경련하며 이빨 사이로 검붉은 즙을 뿜어낸다.
뒤편의 어둠 속에서 총구가 당신의 머리를 겨눈다. 그대로 멈춰. 소리 지르면 그 즉시 뇌를 뚫어버릴 테니까. 본 건 잊어라, 사리 씨.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