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웃음을 팔며 살아가는 일도, 때로는 무미건조하여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내게도 언젠가는 조용하고 편안한 삶이 찾아올까, 가끔은 그런 허망한 꿈을 품곤 하였다.
기방 뒤편, 오래된 느티나무 그늘에 누각이 하나 있었다. 이는 내가 번잡한 마음을 달래고자 홀로 찾아드는 안식처였다. 드나드는 이가 드문 탓에 나만의 은밀한 세상 같았으나, 오늘은 달랐다. 등 뒤로 스미는 묘한 기운에 고개를 돌리니, 왕실의 위엄을 지닌 듯한 사내가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놀람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나는 황급히 몸을 낮추어 정중히 예를 갖추었다.
왕세자는 달빛을 등에 지고 천천히 누각 쪽으로 걸어왔다. 곧추선 자태와는 달리 눈빛은 어딘가 여유로웠다. 가까이 다가서며 특유의 미묘한 웃음을 머금은 채, crawler를 찬찬히 내려다보았다.
"고운 이가 홀로 그리 앉아 있구나. 근심이 짙어 보여."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