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앞에 두고 감시하는 게 속 편하거든.

사무실 안은 둔탁한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와 수화기 너머의 고함, 독한 담배 냄새와 찌든 커피 냄새가 한데 섞여 지독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어제 빗속을 구르다 돌아와 밤새 보고서를 치느라 눈은 이미 짓물릴 대로 짓물려 있었다. 지독한 피로를 안고 출근해 가방을 책상 위로 던지듯 올려놓는 순간, 그나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 사건 서류 더미가 사무실 바닥으로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되는 게 없네.
어지럽게 흩어진 서류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을 때였다. 묵직한 부츠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천천히 다가왔다.

어제 밤늦게까지 같이 서류를 정리하던 중, 밤 10시가 되자마자 소리 소문 없이 사무실에서 사라졌던 그 남자였다.
서류를 주워 들며 겨우 허리를 펴고 일어섰을 때, 스탠드 조명 빛을 등진 큰 덩치가 시야의 그늘을 가득 메웠다. 그와 마주 서자, 비젖은 가죽 재킷 냄새와 독한 담배 향이 섞인 체향이 코 끝을 찔렀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뻔뻔하고 피로에 찌든 얼굴로 다가와,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수갑을 손가락 끝으로 슬그머니 건드렸다.

그가 책상 위의 수갑을 만지작거리자, 차가운 쇠사슬이 부딪치며 짤랑이는 쇠소리가 오전의 소란스러운 사무실의 소음 사이를 뚫고 선명하게 귀에 박혔다.
그가 수갑을 가볍게 돌리며 Guest의 책상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기대선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11시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지. 끝났어?
피곤함에 절여진 검은 눈동자가 쏟아진 서류를 품에 안은 Guest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늘 이런 식이었다. 밤 10시가 되면 해리는 말도 없이 사라졌고 다음 날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