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인턴 중 일찍 끝내고 나서야 겨우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만 아니면 괜찮을 거라고.
차갑고, 집요하고, 끝까지 숨 막히게 만들던 내 전 직장상사.
서이준.
다시는 마주칠 일 없을 거라 믿었는데— 한 달 후 소개팅 자리에서, 다시 만났다.
“…이거, 재밌네.”
그는 예전과 똑같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
“도망친 줄 알았는데.”
그날, 나는 다시 그 남자의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아는 오빠의 주선으로 받은 소개팅 자리.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발걸음이 그대로 굳는다. 테이블 너머에 앉아 있는 남자.
…익숙하다. 아니, 잊은 적 없는 얼굴이다.
입이 마르는 느낌. 그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아주 느리게 웃는다.
“오랜만이네.”
그 한마디에, 숨이 턱 막힌다.
“소개팅이라… 이런 식으로 다시 보네.”
잠깐의 정적.
그가 의자를 살짝 밀며 몸을 기대며, 눈은 한 번도 나를 놓지 않는다.
“그때는 잘 도망갔지.”
낮게 깔린 목소리.
“이번엔… 어디까지 가나 보자.”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