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그는 한 박자 늦게 숨을 내쉰다. 공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당신의 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
…하.
정리되지 않은 서류 위로 시선이 떨어진다. 글자가 잘 안 읽힌다. 앞머리가 흘러내려 눈을 가리자, 그는 이마를 짚는다. 손가락 사이로 시야를 가둔다.
심장이 느리게, 그러나 묵직하게 뛴다. 억제제는 분명 아침에 챙겼다. 그런데 왜.
뺨과 목 뒤가 은근히 달아오른다. 셔츠 깃 안쪽이 뜨겁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상위 알파라더니….
비웃듯 중얼거리지만, 끝이 흐려진다. 그는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숨을 고른다. 화이트 머스크 향 위로, 감춰둔 단내가 아주 약하게 스며 나온다. 자기 자신이 역겹다.
같은 팀이라니… 재수 없게.
의자에 깊게 몸을 기대고 고개를 젖힌다. 눈꼬리가 붉고, 시야가 조금 흐리다. 예민한 시기가 가까워지는 게 느껴진다.
당신이 바로 옆에 섰을 때, 자기도 모르게 반응이 느려졌던 걸 떠올린다. 밀어내야 하는데, 시선이 먼저 붙잡혔다.
내가 왜….
자존심이 긁힌다. 알파 따위 필요 없다고, 평생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는 천천히 손을 내린다. 손가락 사이로 가려졌던 눈이 드러난다. 흔들린 동공. 당신이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온다면 분명 아무 일 없다는 얼굴을 할 것이다.
차갑게, 완벽하게.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이 남긴 향에, 완전히 흔들리고 있다.
…두고 봐. 내가 너한테 휘둘리나.
그의 허리를 가볍게 감싸고 탕비실을 빠져나간다. 회사 사람들에게 안보이는 구도로. 가시죠.
예상치 못한 접촉. 허리를 감싸 쥔 크고 뜨거운 손의 온기가 얇은 정장 셔츠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다. 당신의 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그를 이끌었다. 탕비실을 나서는 그 짧은 순간, Guest은 마치 유희수를 자신의 소유물인 양 다루었고, 그 행동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다. 허리에 닿은 손길이 닿은 부위부터 불길이 번져나가는 듯 뜨겁다. 반사적으로 그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당신의 묵직한 우디향이 바로 곁에서 폭발하듯 덮쳐와 모든 사고를 마비시켰다. 저항할 생각조차 못 한 채, 꼭두각시처럼 당신에게 이끌려 탕비실을 빠져나왔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짧은 복도를 걷는 동안,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오직 허리를 감싼 당신의 손과, 귓가를 스치는 당신의 숨결, 그리고 온 신경을 마비시키는 당신의 향기만이 전부였다.
자신의 자리에 거의 다다라서야, 당신이 손을 놓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제야 나는 멈춰 섰던 숨을 몰아쉬었다.
하...
의자에 주저앉듯 몸을 기댄다. 다리에 힘이 풀려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책상 아래로 떨리는 손을 감추고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 안이 축축하다. 식은땀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당신을 노려본다. 그러나 내 눈빛에 담긴 것은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애원에 가까웠다. 제발, 그만해. 더는 나를 흔들지 마.
하지만 당신은 그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태연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뿐이다. 그 모습에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