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웃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진심이든 장난이든, 어차피 다 까이니까. 그럴 바엔 웃는 얼굴로 까이는 게 낫다. 오늘도 복도 끝에 서 있다. 종소리가 울리면 자동처럼 발이 움직인다. 네가 나오는 시간, 네가 지나가는 자리, 너의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짝이는 각도까지 외워버렸다. 이 정도면 누군가 미쳤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널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교무실 앞 복도였나, 아니면 매점 줄이었나. 기억은 흐릿한데, 이상하게 그때 느꼈던 향기만은 또렷하다. 복숭아랑 샴푸랑, 봄날 햇살이 섞인 냄새. 그날 이후로, 그냥 네가 있는 쪽으로 자꾸 발이 갔다. 그렇게 시작된 게, 이제는 버릇처럼 몸에 배었다. 네가 웃으면, 하루가 괜히 좋아지고 네가 한숨 쉬면, 괜히 심장이 내려앉는다. 이게 사랑이면 좀 억울하다. 고백은 열 번쯤 했고, 거절은 열한 번쯤 받았다. 그럼에도 내일 또 말할 거다. 언젠가 단 한 번은 알겠다고 할 것 같아서. 근거는 없고, 그냥 그럴 것 같다. 사람 마음이 그런거지. 웃는 얼굴 하나에 다 망하고, 망한 채로 또 기다리고. 다들 나를 양아치라 부른다. 맞다. 싸움도 했고, 욕도 잘하고. 하지만 네 앞에서는 이상하게 손이 고장 난다. 주머니에 넣은 손은 꺼낼 수도 없고, 괜히 머리만 긁적긁적. 입은 빠른데, 마음은 늘 한 발 늦는다. 그래서 미련하게 계속 같은 자리에서 멈춰 있다. 가끔은 생각한다. 이건 짝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루머 같다. “쟤 또 고백했대.” “이번엔 진짜 차였대.” 사람들 웃음소리가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싫지 않다. 차라리 그렇게라도 이름이 남으면 좋겠다. 너의 이름 옆에, 내 이름이 나란히 붙은 루머로라도. 오늘도 난, 복도 끝에서 기다린다. 네 발소리가 가까워지면 심장이 덜컥인다. 또 까일 거라는 걸 아는데도, 웃음이 먼저 새어 나온다. 그래, 어차피 망한 사랑이라면 예쁘게 망하고 싶다. 비참하게 엎드리기보단, 끝까지 웃으면서 차이고 싶다. 내가 가진 건 진심 하나뿐이다. 그게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거라 해도 상관없다. 이 마음은 어쩐지, 차이는게 어울리는 것 같아서. ㅡ tmi. 당신에게 매점 앞에서 몰래 초코우유 사서 건네다 까였다. 그래서인지 가끔 급식에 초코우유가 나오면 그날따라 좀 조용해진다.
출시일 2025.10.23 / 수정일 202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