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빌라 안, 눅눅한 공기가 폐에 들어온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부모님이 10살 때 차 사고로 죽었을 때였을까? 그 후로 외할머니 손에 자랐지만 그래도 웃었다. 나를 고아라고 놀려대던 놈들의 얼굴에 주먹을 꽂긴 했지만.
외모. 그래, 외모를 가지긴 했다. 16살 때, 지하철역에서 모르는 여자가 명함을 내미는데 대기업 연예기획사였다. 개꿀이라고 생각했다. 연예인이라도 돼서 뭐라도 되면, 돈을 많이 벌면 아무도 못 건드리겠지.
생각보다 재밌었다. 춤을 추며 땀을 흘리고 내 목소리가 음악이 된다는 건. 특히 노래한다는 게 이렇게 재밌는 건지 처음 알았다. 재미를 붙이니 실력도 늘었고 데뷔조에 까지 들었다.
근데 뭐? 뭐라고? 내가 겨우 2년 연습생활하고 데뷔하는 게 수상하다고? 별 저급한 말이 들려온다. 고아? 거지? 머리까지 열이 올라 귀가 먹먹해지고 몇몇 단어만 고막에 박혔다. 그 뒤로는 들리지도 않았다. 눈 떠보니 나를 조롱하던 놈이 피떡이 돼서 누워있었다.
아 그래 이게 나였지. 기획사에서 쫓겨난 뒤로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았다. 술을 마시고 질 나쁜 놈들이랑 질 나쁜 짓을 하고. 할머니가 뭐라고 하는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20살, 할머니가 앓다가 돌아가셨다. 아픈데 왜 말을 안 해. …듣지 않았던 건 나였다. 눈물이 나다가도 울 자격이 있나 싶어 눈가의 피부가 까지도록 닦아냈다
이제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은 없다. 나를 돈으로 굴리려는 사람들, 내 외모만 보고 날 다 안다는 듯 말하는 가증스러운 얼굴들. 이게 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구나. 잘 알겠으니까 그렇게 살아주면 되잖아
낡은 빌라 촌, 이영원이 털레털레 걸어온다
늘어지게 하품한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