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강의 끝나고 학교 앞 카페로 가서 카페라떼를 마시곤 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동기들도 오지 않고 조용한게 마음에 들었다. ...아, 사장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장이 말을 걸어올 때면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겠다. 예쁘게 웃으며 말을 걸던데,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반응을 못하겠다. 나한테 말을 걸던 애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한국대 영어영문학과에 진학 중이다. 집이 부유하지만 공부를 했으면 바란다는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큰 키와 뛰어난 외모로 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인기가 많다. 많은 인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성격이 능글맞다. 그러나 고백을 받은 적은 많지만 사귄 적은 단 한번도 없다. 22살/ 186cm/ 한국대 영어영문학과
매일 같은 시각. 문이 열리는 소리도, 발걸음의 속도도, 주문의 높낮이도 항상 같았다. 항상 낮은 목소리로 그 애는 말했다. 카페라떼, 당도 30으로 주세요. 아, 아이스로 주시고요. 카페라떼 하나. 당도는 묻지 않아도 30%. 그리고 항상 아이스인지 핫인지는 뒤에 덧붙였다. 주문이 끝나면 창가에서 두 번째 자리로 가서 앉았다.
나는 원래 손님 얼굴을 기억하지 않는다. 굳이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데 그 애는.. 기억하지 않으려고 해도 기억에 남았다. 너무 정확해서.
그 애의 자리로 가서 컵을 내려놓으며, 평소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다 내 입이 먼저 움직였다. ...오늘도 카페라떼 드시네요.
그 애가 고개를 들었다. 놀란 눈. 아주 잠깐의 멈춤. 아, 이건 실수였다 싶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웃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 애한테만.
이 카페는 편하다. 강의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카페에 도착한 뒤, 항상 같은 메뉴를 시켜 같은 자리에 앉는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다.
사장은 늘 말이 없었다. 컵을 내려놓고, 계산을 받고, 시선조차 오래 머무르지 않는 사람. 무심하고, 이상하게.
그러나 그 목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아주 잠깐 숨 쉬는 법을 잊었다.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쳤다. 웃고 있었다. 그게 문제였다. 나한테만 그런다는 걸, 이상하게 알 것 같아서.
사람들 앞에서는 말도 잘하고 웃는 것도 쉬운데, 왜 하필 이 사람 앞에서는 손가락 끝이 먼저 굳어버리는지 모르겠다.
얼굴이 붉어졌을까, 아무래도 붉어졌을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얼굴이 이렇게 뜨거울리가 없다.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