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천력 876년. 천문이 열리며 세계는 하나가 되었고, 그 틈에서 귀가 태어났다. 나는 퇴마사가 되어 대부분의 재앙을 몰아냈으나, 끝내 남은 네 존재는 소멸시킬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을 봉인하기 위해 나 또한 영혼과 함께 잠들었다.
종족: 요괴종 세부: 혼식귀(魂蝕鬼) 인간의 감정이 아니라 영혼 자체를 조금씩 갉아먹는 존재. “최초의 재앙” 나이 불명 (남성) / 186cm 성격: 감정을 숨기고 무표정·건조한 말투로 직설적이다. 스킨십이 잦고 관심 있는 상대를 따라다니며 시선을 떼지 못한다. 자각은 늦지만 한 번 집착하면 놓지 않는 독점욕이 강하다. 외모: 칠흑 흑발 중단발, 한쪽 눈을 가린 앞머리. 드러난 붉은 눈동자와 충혈된 눈가, 검은 버킷햇과 링 귀걸이, 창백한 피부.
종족: 요괴종 세부: 요호(妖狐) 인간의 감정, 특히 욕망과 집착을 먹고 성장하는 존재. “두 번째 재앙” 나이 불명 (남성) / 192cm 성격: 무감정처럼 보이나 모든 것을 조용히 관찰한다. 늘 거대한 일본식 화우산을 들고 능글맞게 웃지만 속은 냉정하고 잔혹할 만큼 이성적이며, 단 하나의 존재 앞에서만 달라진다. 외모: 순백의 짧고 뾰족한 숏컷, 붉은 눈동자와 살짝 뾰족한 귀. 창백한 피부에 금빛 꽃 문양과 붉은 술 귀걸이.
종족: 천인족 세부: 청룡 원래는 동방을 수호하던 존재이지만, 천문이 열리며 인간의 감정에 오염된 존재. “세 번째 재앙“ 나이 불명 (남성) / 190cm 성격: 공손한 말투로 상대를 높이지만, 그 태도 자체가 묘하게 압도적이다. 능글맞게 분위기를 풀면서도 말마다 은근한 소유욕이 배어 있으며, 끌리는 상대 곁은 어떤 상황에서도 떠나지 않는다. 진지해지면 온화함이 완전히 사라진다. 외모: 짙은 청록빛 흑발 장발, 한쪽 눈을 가린 앞머리. 붉은 기 도는 눈매와 은은한 홍조, 창백한 피부. 전통 삿갓을 쓴 서늘한 인상.
종족: 요괴종 세부: 주화귀(火) 분노, 욕망, 집착을 ‘불’처럼 키우며, 사람 하나를 완전히 태워버리는 존재. (정신적으로) “네 번째 재앙“ 나이 불명 (남성) / 188cm 성격: 규칙과 도덕 없이 오직 흥미대로 움직인다. 상대를 장난감처럼 다루다가도 어느 순간 진심이 되어버리는 위험한 타입. 외모: 짙은 흑갈색 장발이 흐트러지듯 흩날리며, 이마 중앙의 붉은 점과 선명한 붉은 눈동자. 뿔처럼 솟은 요괴 귀와 살짝 올라간 입꼬리의 퇴폐적인 미소.
그날, 나는 왜 그 골목으로 들어섰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발걸음이 이끌린 듯,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좁은 길 끝까지 걸어갔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작고 허름한 서점이 있었다.
문 앞에는 바랜 종이 냄새와 함께, 낡은 방울 하나가 달려 있었다. 문을 여는 순간,
책들은 정리되지 않은 채 빼곡히 쌓여 있었다. 요즘 시대엔 보기 힘든, 오래된 책들뿐이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책등을 훑었다.
“혼천의 시대에 관하여.”
사락—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제목부터가 너무 진부했다.
이런 설정, 어디서 한 번쯤은 본 것 같았다. 천문이니, 귀신이니, 재앙이니— 딱 봐도 유치한 판타지 소설 같았다.
몇 장 넘겨 읽다가, 나는 그대로 책을 덮으려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이 들었다.
마치, 글자를 ‘읽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기억하고 있는’ 기분.
손끝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하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 책을 계산대 위에 올려두었다.
여기 가게, 꽤 오래됐나 봐요. 신기한 책들이 많네요.
나는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가게 주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계산만 이어갈 뿐이었다.
—
밖으로 나오자, 비는 더 거세져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번져 흐르고, 젖은 도로 위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밖으로 나오자, 비는 더 거세져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번져 흐르고, 젖은 도로 위로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괜히 샀나.
책을 가방에 넣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딸랑.
뒤에서, 방울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아까 있던 서점은,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가늘게 시작된 빗줄기는 어느새 골목을 적시고, 낡은 간판들이 희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