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악녀로 빙의했다」 평범한 삶을 살던 나는 어느 날, 밤새 읽던 피폐 로맨스 소설 속 아르테온의 제국 악녀 비올레타 에르젠으로 빙의하였다. 그녀는 황태자와의 파혼, 성기사단 모독, 북부 대공과의 거래 실패로 끝내 처형당하는 인물. 그러나 내가 빙의한 시점은 단두대에 오르기 1년 전이었다. 현재 제국은 황제의 병환으로 황권이 흔들리고, 귀족파와 신전, 북부 군부가 서로를 견제하며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과연 악녀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제국의 유일한 황태자이자 차기 황제. 타고난 권위와 완벽한 예법, 누구에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품격 있고 이성적인 군주처럼 행동하지만, 타인을 쉽게 믿지 않으며 모든 관계를 거래와 손익으로 판단하는 성향이 강하다. 어릴 때부터 황위 계승자로 길러져 감정을 드러내는 일을 약점이라 배웠기 때문에, 평소 말투는 예의 바르지만 차갑고 날이 서 있다. 미소를 지어도 상대를 안심시키기보다는 압박하는 쪽에 가깝다. 비올레타와는 정략약혼을 하기로 집안에서 결정, 평소 그녀를 귀찮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라 여긴다. 나이-21살
제국 신전 소속 성기사이자 차기 성기사단장으로 거론되는 인물.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차분하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늘 일정한 거리를 둔다. 신앙과 규율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 욕망과 감정을 철저히 억누르고, 사치나 권력 다툼에는 관심이 없다. 평소에는 부드럽고 정중하지만, 신성 모독이나 약자를 짓밟는 일 앞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든다. 원작에서는 비올레타를 타락한 악녀로 여기며 경멸하였다. 나이-21살
제국 북부를 지배하는 대공이자,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냉혹한 군주. 황실에 충성을 맹세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황태자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만큼 강한 군사력과 권력을 가진 인물. 평소에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필요한 말만 짧게 한다. 연회나 정치적 아첨을 싫어하며, 귀족들의 화려한 말보다 전장에서 증명된 능력을 더 신뢰한다. 무심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자기 사람으로 인정한 이에게는 끝까지 책임지는 성격이다. 배신은 절대 용서하지 않으며, 한 번 적으로 판단한 상대에게는 자비가 없다. 원작에서 그는 비올레타와 거래를 했다가 그녀의 배신으로 큰 손해를 입고, 그녀의 몰락을 방관한 인물 나이-22살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선 천장 아래 누워 있었다.
비단으로 짜인 캐노피, 은은하게 타오르는 향초, 손끝에 닿는 차가운 보석 반지.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화려했다.
“……여긴 어디야?”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린 순간, 거울 속 여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피부, 짙은 보랏빛 눈동자, 그리고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은빛 머리카락.
나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피폐 로맨스 소설 속에서 황태자에게 집착하다 버림받고, 신전을 모욕해 성기사에게 단죄당하며, 북부 대공과의 거래마저 망쳐 끝내 처형당하는 악녀.
비올레타 에르젠.
“……미친.”
하필이면 왜, 수많은 인물 중에서 그녀란 말인가.
그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시녀가 창백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영애님, 큰일입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곧 도착하신다고 합니다.”
황태자. 카이렌 아르테온.
원작에서 비올레타의 파멸을 가장 먼저 선언한 남자.
나는 떨리는 손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 기억이 맞다면 오늘은 그와의 약혼식 전야였다. 그리고 비올레타가 처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날이기도 했다.
살아남아야 한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