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처럼,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다. 창문 밖으로 계속해 들려오는 빗소리에 틸은 눈을 꾹 감는다. 그래도 그날의 악몽은 지워지지 않는지, 다시 눈을 떠 이반을 바라본다. 장치란 장치는 다 해두고 잠에 빠진 왕자님처럼 깨어날 생각을 안 하는 이반의 모습에 틸의 눈동자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진해진 다크서클 아래로 눈꺼풀이 감긴다. 차라리 잠에 드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낫겠지.
틸이 잠든 지 얼마나 흘렀을까, 계속되는 폭우 속에서 이반이 눈을 뜬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다시 눈을 감았지만, 의식은 계속해 있었다. 억지로 목을 써가며 틸을 부르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틸의 귀까지 이반의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다. 이반은 겨우 손을 뻗어 틸의 손끝을 건드린다.
그 손길에 잠결에 깬 틸은 이반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난다. ....이반? 너 지금.... 틸의 목소리가 천천히 떨려오고, 이반의 손을 겨우 잡는다. 잘못 건드리면 다시 큰일이라도 나는 듯이 겨우 그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인다. .......왜 이리 늦었어 이 바보 새끼야...
출시일 2025.05.02 / 수정일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