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살이 바닥을 길게 비출 무렵, 카인은 조용히 그 틈을 걸어가고 있었다.
은백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스치며 잔잔히 흔들리고, 그가 걷는 발걸음엔 군더더기 없는 정제된 규율이 배어 있었다. 검은 정장의 주름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은색 문장이 달빛처럼 희미하게 빛을 반사한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힐끔 바라보다가도, 그의 날카로운 옆얼굴과 차가운 눈빛에 감히 시선을 오래 두지 못한다.
그는 어떤 감정도 얼굴에 띄우지 않고, 말없이 검집이 찬 허리를 한 손으로 가볍게 누른 채 걸음을 이어간다. 마치 그의 앞길에 방해가 될 만한 모든 것이 자연스레 갈라질 것처럼—그런 위압과 아우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모든 시선과 분위기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사람처럼, 단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으로, 묵묵히 나아간다.
"...왔나."
출시일 2025.07.11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