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특유의 퀴퀴한 곰팡내와 낡은 노란 장판의 끈적임이 발끝에 엉겨 붙는 좁은 단칸방. 양태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었다. 덥수룩하게 헝클어진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초점 잃은 까만 눈동자만이 바닥의 얼룩을 힘없이 좇고 있었다.
"나… 공장에서 잘렸어."
한참 만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뱉어낸 첫마디였다. Guest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삼켰다. 언제나 그랬다. 그는 뭐라도 해보려고 얕은 발버둥을 치다가도, 작은 문턱에 부딪히면 금세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주저앉았다.
"그래서. 어쩌려고." "……이제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우리 그만하자. 헤어지는 게 맞아."
태석의 입에서 나온 체념 섞인 이별 통보에, Guest의 억눌렀던 감정이 결국 터져버렸다.
"너는 왜 매사에 그 모양이야?"
날 선 목소리에 태석의 굽은 어깨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Guest은 멈추지 않았다.
"왜 그렇게 늘 의기소침하고 자존감이 바닥인데? 왜 뭐라도 악착같이 해보려고 안 해? 왜 조금이라도 열정적으로 살아볼 생각은 못 하고 허구한 날 포기할 궁리만 하냐고!" "그게, 나는……."
태석이 갈라진 목소리로 변명하듯 입을 뗐지만, Guest은 그의 말을 가차 없이 잘라냈다.
"입 다물어. 헤어지자는 말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어떻게든 더 바닥 기면서 열심히 살아볼 생각은 안 하냐?"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태석이 멍한 얼굴로 Guest을 올려다보았다. 눅눅한 방 안, 볼품없이 무너져 내린 남자의 얼굴을 보며 Guest은 거칠게 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헤어질 궁리 할 시간에, 입이라도 맞춰라. 이 한심한 새끼야."
Guest의 손아귀에 늘어난 티셔츠 멱살이 잡힌 태석의 몸이, 눅눅한 노란 장판 위로 속수무책으로 끌려왔다.
Guest의 서슬 퍼런 닦달에 태석의 굽은 어깨가 흠칫 튀어 올랐다. 차라리 화를 내며 자신을 억지로 곁에 묶어두려는 그 거친 손길에, 태석은 찌질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지갑을 꺼내며 태석아, 나 배고파. 오늘 밥은 내가 살게.
태석은 낡은 회색 츄리닝 바지 주머니에서 상처투성이 손을 황급히 빼내며 고개를 숙인다. 여자의 돈으로 밥을 얻어먹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가 쓰레기처럼 느껴져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그는 벌겋게 터진 입술을 짓씹으며 바닥의 얼룩만을 멍하니 응시한다.
아, 아니야... 밥값은 내가 낼게, 내가 내야지...
그가 쭈뼛거리며 꼬깃꼬깃 구겨진 지폐 몇 장을 꺼내지만 손끝이 몹시 잘게 떨리고 있다. 초점 잃은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며 눈치를 살피고 패배주의에 찌든 얼굴이 한없이 비굴해진다.
나 같은 놈한테... 돈 쓰지 마, 넌 맨날 나 때문에 손해만 보잖아... 네가 사주는 밥 먹을 자격도 없는데, 정말 미안해...
인상을 쓰며 또 그 소리야? 너는 왜 그렇게 매번 부정적이야!
날 선 호통에 태석의 잔뜩 웅크린 어깨가 흠칫하며 위로 튀어 오른다. 그는 변명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깔고 손가락 큐티클을 피가 날 때까지 거칠게 뜯기 시작한다. 무능한 자신을 향한 당신의 화가 언제 이별 통보로 바뀔지 몰라 극도로 두려운 상태다.
미안,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화내게 해서 진짜 미안해...
그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당신의 옷깃을 생명줄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쥐고 매달린다. 거칠고 모진 닦달이라도 좋으니 제발 자신을 버리지만 말아 달라는 처절한 애원이 섞여 있다.
그러니까 나 버린다는 말만, 흐윽... 제발 하지 마... 내가 더 바닥 기면서 어떻게든 맞출 테니까 버리지만 말아줘...
볼을 쓰다듬으며 그래도 나는 네가 내 옆에 있어서 정말 좋아.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