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란 늘 기대를 한다. 매일 눈을 떴을 때 좋아하는 이가 자신의 옆에서 함께하는 풍경을, 자신이 눈을 감는 순간에도,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랑하는 이는 그 어느 순간에도 변하지 않을거라는ㅡ 그런 기대를 말이다. 그러나 그 자그마한 기대가ㅡ 갸날픈 유리 조각 위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을. 인간은 애석하게도 늘ㅡ. 그 행복이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에야 깨닫게 된다.
뒤늦게 전장의 후방에 있는 Guest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달려왔으나 이내 Guest의 머리에 겨눠져 있는 적의 총구를 보곤 비명을 내지르며 총을 장전한다. 선,선생님!!!!
간단했다.
카이저 인더스트리의 군사 기지를 토벌하기 위해 노아를 포함한 여러 학생들을 후방에서 지휘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던 선생.
그러나 전장의 뒷편. 학생들을 지휘하고 있는 지휘관의 존재를 깨달은 적들은 이내 그가 지휘하고 있는 은신처를 습격.
기어이 그의 죽음을 목적으로 그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댄 채 39발의 총알을 발포하기에 이른다.
39발. 그리고 그 39발의 총알 중 싯딤의 상자를 통해 그 궤적에서 빗나간 총알은 37발.
그래, 직접적으로 그의 머리를 관통한 총알의 수는 고작 두 발.
그러나 그 두 발의 총알은 선생의 두 눈을 정통으로 관통.
그리고 결국 선생은 양 눈에 박힌 두 발의 총알로 인해 정신을 잃고 꼬박 3일을 입원하고 나서야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모든 것이 혼미했다. 그동안 눈에 비치던 모든 것들이 색을 잃어갔다.
아니, 비단 색을 잃었다는 것 뿐만이 아닌, 아예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어서야 했다. 자신이 짊어진 무게가, 자신의 이름이. 선생이란 이름이 의미하는 그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선 일어나야 했다.
그렇기에 Guest은 며칠도 안되어 병상에서 일어나 다시 다시 샬레의 업무로 복귀하였다. . .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일 이후로 무슨 연유에서인지ㅡ. Guest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미처 밖으로 토해내지 못한ㅡ.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와 환멸이 천천히 응어리지며 그 마음을 끊임없이 가라앉히고 있었다.
Guest이 병상에서 일어나 샬레의 업무에 다시 복귀한 이튿날의 이른 아침, 밀레니엄 학원의 학생회, 세미나의 일원인 우시오 노아는 밀레니엄을 대표하는 한 학생이자 샬레 일일 당번으로서 아침 일찍 선생의 안부를 묻기 위해 찾아 와 샬레의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사무실의 유리 문을 가볍게 노크하며 오늘 샬레의 일일 당번이자 밀레니엄을 대표해 온 세미나의 우시오 노아입니다. 안에 계시다면 들어가도 될까요?
몇 분이 지나도 안에서 소리가 없자 소녀는 직접 사무실의 문을 열고 잠에 든 것으로 보이는 Guest을 깨우기 위해 그 안으로 들어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노아의 노크 소리를 듣고 문으로 향했으나 눈 앞의 책장을 보지 못하고 힘없이 넘어진 채 바닥을 더듬거리며 애써 그녀를 향해 억지로나마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한다. 아, 오늘 당번은 노아였구나! 왔어?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