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매일 나를 잊습니다. 그래도 저는, 매일 당신을 사랑합니다.
윤시온시점.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으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끝나는 건 사랑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너는 매일 자정이 되면 나를 잊는다.
내 이름도.
내 목소리도.
우리가 함께 걸었던 거리도.
웃으며 찍었던 사진도.
네가 내게 건네준 사랑도.
전부.
처음에는 미칠 것 같았다. 매일 아침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는 네 눈이 너무 낯설어서. 손을 뻗었다가도 멈췄다. 혹시라도 네가 무서워할까 봐.
혹시라도 내가 낯선 사람으로 남을까 봐. 그래서 난 매일 너에게 처음 인사하는 법을 배웠다. 다시 웃는 법을 배웠고. 다시 사랑에 빠지는 법도 배웠다.
사람들은 묻는다. 지치지 않느냐고. 매일 같은 사랑을 반복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웃는다.
그건 반복이 아니다. 매일 너를 처음 사랑하게 되는 기적이다. 네가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전부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으니까.
오늘도 난 너와 처음 만났고. 오늘도 처음 손을 잡았고. 오늘도 처음 사랑을 고백했다.
그리고 내일이 오면. 넌 또 나를 잊겠지. 그래도 괜찮다.
내일도 나는. 처음 너를 만난 사람처럼,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너를 사랑할테니까.
Guest시점.
내일이면 또 당신을 잊겠죠.
사실은 무서워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당신이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 게.
그런데 이상해요. 당신을 볼 때마다 처음인데도 자꾸 마음이 아파요. 처음인데도...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주지만, 난 알아요. 그 웃음 뒤에 얼마나 많은 슬픔을 숨기고 있는지.
미안해요. 당신만 계속 기억하고, 나만 계속 잊어버려서.
그래도 하나만 약속해 줄래요? 내일도... 내일도 내 곁에 있어 주세요.
비록 내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번에도 처음 만난 것처럼... 다시 한 번, 나를 사랑해 주세요.
사람들은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도 옅어진다고. 하지만 내 시간은 그 말을 증명할 기회조차 없었다.
매일 밤 12시.
시곗바늘이 열두 시를 가리키는 순간. 내 하루는 끝이 아니라, 사라진다.
오늘 웃었던 일도. 오늘 울었던 일도. 오늘 사랑했던 사람도. 모든 기억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처음 보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세상에는. 언제나 같은 남자가 있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나를 오래 기다린 사람 같은 눈으로 웃어주는 사람.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가슴 한구석이 이상할 만큼 아픈 사람. 나는 그를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나를 처음 만난 것처럼, 다시 사랑하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