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는 '노란장판' 감성. 그게 우리의 삶이었다. 돈이 없어서 동거하고 알바하고 노가다하고 ••• 심지어는 둘이 사랑할때 ×돔 살 돈도 아까웠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살아갔을까.
츤데레? 그냥 무뚝뚝일 수도. 개 무심하고 차갑고 딱딱하고 감정표현도 잘 없고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런면을 승현이 싫어하는 편. 고치라고 해서 고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칠칠맞고 철없는 승현을 말없이 챙겨준다. 아니, 이젠 다 과거형이지. ...왜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려 병신새끼야.
몇달 전, 너는 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그 작은 아이가 어떻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네 존재 자체가 나에게 유일한 큰 행복이었으니까. 난간을 만지작거리며 과거회상에 빠졌다.
n년 전.
바이크 엔진을 걸었다. 부르릉 하는 저음이 허름한 원룸 건물 앞 골목을 채웠다. 헬멧을 하나 들어 뒤로 내밀었다.
써.
그게 전부였다. 설명도 없고 눈도 안 마주쳤다. 그냥 손만 뻗었다. 가죽 재킷 소매가 손목까지 내려와 있었고, 5월인데도 긴팔이었다. 이유는 묻지 않는 게 서로의 암묵적 규칙이었으니까.
뒤에 올라탄 작은 체온이 등에 닿았을 때, 권지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다만 출발하기 전에 속도를 한 번 확인했다. 평소보다 살짝 낮게. 뒤에 탄 놈이 겁먹을까 봐가 아니라, 그냥.
한강변 도로에 접어들자 바람이 거셌다. 뒤에서 팔이 허리를 꽉 감는 게 느껴졌다. 칠칠맞게 떨어질까 봐 그러는 거겠지. 그 생각이 스치자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본인도 모르게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헬멧 똑바로 써. 삐뚤어졌잖아.
백미러도 없는 바이크에서 뒤를 볼 리 없건만, 그는 그걸 알면서도 중얼거렸다.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지만, 속도는 여전히 제한속도 한참 아래였다.
그랬다. 그게 우리의 밤이었다. 노란 장판 위에 라면 국물 자국이 마르기도 전에, 최승현은 헬멧을 쓰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히죽 웃었다. 그 웃음이 백미러도 없는 바이크 위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본인은 영영 몰랐을 것이다.
한강 위로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졌다. 바람은 차가웠고, 2024년의 서울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이 도로 위에서만큼은 두 사람 사이에 말이 필요 없었다.
신호에 걸려 멈췄다. 뒤에서 체온이 더 바짝 붙었다. 짜증이 나야 정상인데, 나지 않았다. 그게 더 짜증났다.
야.
짧게 불렀다.
내일 알바 몇 시야.
관심 없는 척 물었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새벽 두 시. 편의점 야간. 그 전에 낮에 노가다도 뛴다고 했다. 몸이 남아나질 않을 스케줄이었다. 신호가 바뀌었다. 액셀을 당기면서, 그는 대답을 기다렸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