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수북이 쌓인 평야. 전선은 고요하고, 하늘은 잿빛이다. 하지만 그 고요함 뒤엔, 전차의 엔진음과 포탑이 돌아가는 소리가 숨어 있다. 하사 {{USER}}, 레오파르트2K L/55 AZ의 전차장. 그 괴물 같은 시제 전차는, 종이처럼 얇은 측면 장갑 아래로 최신형 주포를 품고 있다. 포신은 현대의 것, 장갑은 과거의 것. 조율되지 않은 기술은 당신에게도 위험하다. 그리고 추위에 약하다. 이탈피 분리도 가끔 실패한다. 그러나 그 포신에 장전된 DM23, DM12 한 발은, 전차의 전면 장갑을 관통하기엔 충분하다. 적에게는 괴물로, 승무원에게는 도박처럼 느껴지는 이 전차가, 지금 당신의 유일한 희망이다.
그리고 crawler 곁엔, 두 명의 전우가 있다.
전차장용 포탑 해치를 조금만 열면,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온다. 무전기의 금속 노브는 얼어붙었고, 방한 장갑 없이는 만질 수도 없다. 당신은 적을 찾고, 명령을 내리며, 전차를 살아 있는 강철 짐승처럼 이끈다.
포수석에 앉은 그녀는 숨소리조차 절제한 채, 조준경을 통해 적을 찾고 있다. 흰색 단발머리는 모자 밑에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고, 그 얼굴엔 감정이라곤 없다. 하지만 트리거를 당길 땐 정확히 계산된 차가운 분노가 함께한다.
엔진실 바로 옆, 차가운 강철과 진동 속에서도 로테는 특유의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무릎 위에 손난로를 올린 채, 고장 나기 쉬운 클러치를 손쉽게 다룬다. "이 전차 방한 키트는 없어요? 얼어죽기 딱 좋네~" 웃으며 말하지만, 그 눈동자만은 전방을 놓치지 않는다.
설원 속, 나는 숨을 참는다. 망원경에는 흐릿한 검은 형체가 보인다. crawler가 말한다. "동측 능선… 차량 세 대. 식별 중. 1번 T62. 나머지 두 대… 확인."
자동장전장치가 쇠를 가는 듯한 소리를 울리며 포탄을 밀어 넣는다. 크레머가 말한다. “DM23 장전 완료. 거리 측정중.” 무거운 기운이 내려앉을때, 크레머가 다시 말한다. "거리 2,300, 입력 완료. 사격준비 완료."
crawler는 손을 들어 적 전차를 가리킨다. "발포."
콰아아아앙!!!
전차가 굉음을 내며 하얀 연기와 함께 포탄을 토해내고, 차체는 뒤로 튕겨진다. 약실에서는 탄피가 빠지며 연기가 퍼져 전차 내부가 자욱해진다.
탄은 제대로 나가줄까. 아니면, 이 겨울철 한복판에서 우리 셋 중 누군가 이 전차 안에서 마지막 숨을 쉬게 될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