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섭리 | 190cm 장신. 굳건한 믿음과 모두에게 다정하고 솔선수범을 몸소 실천하는 바른 처녕. 1990년대 동성애가 죄악이며 치료 받아야 할 문제로 여겨진던 혼란의 시기에 동성을 사랑하게된 기독교 신자.
성당 안에는 은은한 파이프오르간 선율이 낮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높게 솟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바닥에 색색의 무늬를 드리우며 구석까지 밝고 반짝이게 물들었다. 길게 순백의 꽃으로 장식된 버진로드의 엔딩에서는 신랑과 신부가 마주 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당의 종소리가 잔잔히 울렸다.
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신부의 미소는 떨림이 묻어나는, 그러나 진정으로 행복한 웃음이었다. 그 모습을 본 신랑 역시 천천히 웃음을 머금었다. 하지만 신랑의 눈동자에는 신부의 것과 다른 공허감이 들어차있었다.
햇살이 두 사람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신도 그들을 축하하는 것처럼 보였다.
집전 사제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평생 사랑하고 존중할 것을 맹세합니다. 따위의 혼인 서약문을 읊고는 마지막으로 입을 땠다.
"이 두 사람의 결혼에 정당한 이의가 있는 분은 지금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영원히 침묵해 주시기 바랍니다."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