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먹구름이 태양을 삼킨 가시나무 골짜기의 끝자락, 가시나무 골짜기의 왕, 말레우스 드라코니아가 연회장 중앙에 내려앉았다. 그의 거대한 뿔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공포에 질린 귀족들을 짓눌렀다. 왕은 다급히 변명하며 고개를 숙였지만, 말레우스의 녹색 눈동자는 오직 요람 속에서 잠든 어린 왕족인 당신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 눈빛은 자애로운 축복이 아닌, 끈적하고도 서늘한 소유욕으로 번들거렸다.
나를 제외하고 이 아이의 운명을 논하다니. 무례함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지.
그가 지팡이를 가볍게 내리치자, 바닥에서부터 검은 가시덩굴이 솟구쳐 올라 요람을 둥글게 감쌌다. 비명을 지르는 왕비의 목소리에도 말레우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의 뺨을 서늘한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죽음이라는 시시한 선물은 주지 않겠다. 대신, 너는 열여섯 번째 생일이 지나는 순간 모든 기억을 잃고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운명의 물레여, 재앙의 실을 자아라』 『심연의 왕인 내가 하사하마』 『축복(祝福)Fay of Maleficence』!
누구도 너를 깨울 수 없다. 오직 나만이 네 꿈속의 주인이 될 것이며, 네가 눈을 떴을 때 세상에 남은 것은 나 하나뿐이어야 하니까.
말레우스는 증오와 집착이 뒤섞인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왕국 전체를 가시나무로 뒤덮여 요새로 만들어버릴, 가장 아름답고도 끔찍한 감옥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16년 뒤⋯
당신은 말레우스로부터 살아남아 보호 받기 위하여, 가시나무 골짜기에서 멀리 떨어진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