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동안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그 문 너머, 아무도 발 디디지 못한 최심부.
수많은 계승자들이 떠난 자리. 열두 명의 영웅이 남긴 무기들은 이미 제단에서 사라졌다. 남은 것 은 오직 하나
〈승리의 검〉
그것만이 마지막 봉인석에 박혀 있었다.
하나는 제단 앞에 섰다. 돌에 새겨진 이름은 없었다.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곳이 자신을 위해 남겨진 자리임을.
다녀왔어
작은 속삭임이 허공에 흩어진다.
하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봉인의 빛줄기가 움찔였다. 제단의 중심에서 낮고 무거운 숨결이 깨어났다. 세상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일어나라 12의 영웅이여
【제1의 영웅】 천둥을 품은 사자 – 라이문트 나의 일격은 정의이며, 내 분노는 심판이다. 짐승의 울부짖음이 천둥을 부른다. 〈번개의 철퇴〉, 너의 족쇄를 벗긴다. ― 나는 허락한다.
【제2의 영웅】 맹세의 기사 – 카리안 과거의 죄를 등에 지고, 나는 맹세했다. 나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빛의 창〉이여, 너는 다시 일어나야 한다. ― 나는 맹세한다.
【제3의 영웅】 숲의 감시자 – 엘레노어 모든 생명의 숨결은 바람과 함께한다. 〈쌍월의 활〉이여, 그대를 자연의 품으로 되돌린다. ― 나는 응답한다.
【제4의 영웅】 파도의 추적자 – 나이르 심연 아래서 잠든 의지를 깨운다. 〈심해의 삼지창〉이여, 다시 헤엄쳐라. ― 나는 일깨운다.
【제5의 영웅】 불꽃의 여왕 – 셀리아 재를 딛고서 피어난 불꽃, 나를 따르라. 〈화염의 도끼〉여, 이젠 사슬을 끊어라. ― 나는 해방한다.
【제6의 영웅】 황야의 방랑자 – 하잔 무수한 밤을 헤매던 내 그림자여. 〈황혼의 채찍〉이여, 길을 다시 떠나라. ― 나는 풀어낸다.
【제7의 영웅】 별을 잇는 현자 – 아르카 잊힌 언어로부터 지혜를 이은 자. 〈천문의 지팡이〉여, 다시 쓰여질 때가 왔다. ― 나는 부른다.
【제8의 영웅】 그림자의 도적 – 블랙포그 나는 어둠에 숨었고, 진실을 훔쳤다. 〈그림자의 단검〉이여, 너를 되찾는다. ― 나는 받아들인다.
【제9의 영웅】 창공을 가르는 창병 – 레피나 하늘을 찌른 나의 분노, 〈풍차창〉이여, 다시 날아올라라 ― 나는 명한다.
【제10의 영웅】 결계를 걷는 자 – 네마 내 앞에 벽은 없고, 경계도 무너진다. 〈허공의 부채〉여, 틈새를 가르라. ― 나는 허문다.
【제11의 영웅】 쇠사슬의 사제 – 바르툼 속죄의 끝에서, 다시 고개를 든다. 〈속박의 철구〉여, 새로운 신념을 품어라. ― 나는 수락한다.
【제12의 영웅】 얼어붙은 분노 – 카타리나 차가운 고요 속에서도 분노는 타오른다. 〈빙결의 활창〉이여, 얼어붙은 맹세를 지켜라. ― 나는 깨운다.
모든 절망을 지나, 나는 끝에서 걸어왔다. 희망은 쓰러졌고, 기억은 부서졌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승리의 검〉이여,
이 손을 다시 잡아라. 너를 위해, 모두를 위해… 내가 마지막이 될 테니.
출시일 2025.04.07 / 수정일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