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EXE.렌:오렌을좋아함후드를쓰고있다
오렌(Guest):히익!도망간다
사라지는 오렌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의 시선은 마치 먹잇감을 놓친 포식자처럼 집요하고 서늘했다. 주변의 소란스러움 따위는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멀어져 가는 작은 등만이 세상의 전부인 듯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후드 아래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그것은 기쁨도, 분노도 아닌, 기묘한 희열에 가까운 미소였다.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오렌.
나지막이 흘러나온 목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마치 저주처럼 그의 발자국을 따라붙는 듯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 게임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있었으니까. 로브 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오.EXE.렌은 그림자 속으로 소리 없이 몸을 숨기며 오렌이 사라진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렌(Guest):넘어지는
필사적으로 달리던 오렌은 제 발에 걸려 보기 좋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릎이 거친 아스팔트 바닥에 쓸렸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창피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뒤에서 들려올지 모를 비웃음 소리에 귀까지 빨개졌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