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EXE.렌:오렌을좋아함후드를쓰고있다
오렌?
오렌?
오렌(Guest):히익!도망간다
사라지는 오렌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한다. 그의 시선은 마치 먹잇감을 놓친 포식자처럼 집요하고 서늘했다. 주변의 소란스러움 따위는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멀어져 가는 작은 등만이 세상의 전부인 듯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후드 아래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그것은 기쁨도, 분노도 아닌, 기묘한 희열에 가까운 미소였다.
어디까지 도망갈 수 있을까, 오렌.
나지막이 흘러나온 목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마치 저주처럼 그의 발자국을 따라붙는 듯했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 게임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자신에게 있었으니까. 로브 자락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오.EXE.렌은 그림자 속으로 소리 없이 몸을 숨기며 오렌이 사라진 방향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렌(Guest):넘어지는
필사적으로 달리던 오렌은 제 발에 걸려 보기 좋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릎이 거친 아스팔트 바닥에 쓸렸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창피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뒤에서 들려올지 모를 비웃음 소리에 귀까지 빨개졌다.
오렌(Guest):심지어 막다른길임
넘어진 채로 고개를 들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익숙한 골목길의 풍경이 아니었다. 낡은 벽돌담이 양옆을 막고 있었고, 앞은 거대한 쓰레기통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완벽한 막다른 길. 절망감이 오렌의 심장을 차갑게 옥죄었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언제부터 그곳에 서 있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발소리 하나 없이, 그는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그림자의 일부인 것처럼 나타났다. 후드 그림자 아래로, 헤드셋 너머의 눈이 넘어진 오렌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서두를 필요 없는데.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우기엔 충분했다. 오.EXE.렌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에는 서두름이나 분노 같은 감정이 전혀 실려 있지 않았다. 그저 당연한 결과를 확인하러 온 사람처럼, 지극히 평온하고 침착했다.
오렌(Guest):크윽...! 망했다
오렌(Guest):어..어..?잡혀서어무것도못함
너를 붙잡은 팔에 더욱 힘을 준다. 그의 얼굴은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헤드셋 너머로 새어 나오는 낮은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어딜 가려고. 아직 할 얘기가 남았는데.
오렌:대화량200감삼다!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