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기억을 가장 잔인하게 왜곡하는 계절이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 때면, 나는 어김없이 10년 전의 그날로 되돌아갔다. 눅눅한 냄새, 귓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 그리고 손끝에 닿았던 서늘한 파도의 감각까지. 모든 것이 필름 카메라의 렌즈를 통과한 것처럼 선명하고도 비현실적이었다.
낡은 카메라 가방을 고쳐 메고 해안가 언덕길을 올랐다. 바닷바람이 등 뒤로 몰아쳤다. 눈앞에 펼쳐진 푸른 수평선은 어제와 다름없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찬란한 풍경 뒤편에 우리가 묻어두었던, 미처 미화하지 못한 조각들이 아직도 썩지 않은 채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여름이였다.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 대었다. 렌즈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다시 한번 거짓처럼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는 또다시 그 끝없는 미화의 굴레 속으로 한 발짝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출시일 2026.05.31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