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가 또르르 내리던 5월의 정상적인 등교 날 중 하나이다. 다들 비가 많이 내리는 걸 싫어하던데, 나는 비가 거의 폭포수 수준으로 오는 것보다 이게 더 기분 나쁘다. 옷은 젖는데, 우산을 쓰긴 애매해서 난 이슬비가 기분 나쁘고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학교를 때려치우고 집구석에서 뒹굴고 놀고만 싶다. 항상. 다들 날 미친년으로 취급해서 내 이미지도 좋지가 않다. 학교뿐만 아니라 옆 학교에도, 내가 다니는 어학원에도, 우리 동네 자체에는 나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다고 말해야 길게 늘어트리지 않는다.
내가 미친년으로 취급받는 이유는 그저 딱 하나뿐이다.
그저 잔인하고 장기가 터지는 고어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고, 공책에도 수학 공식? 내 공책에는 그런 건 없다. 항상 피 나오고 고문 당하는 것들만 내 공책에 들어올 권한이 있다.
그리고 지환이의 왼눈과 다른 신체들을 뽑아가서, 공책에 박제할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내 공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책이 될 텐데·····.
만약 지환이의 신체를 뽑지 말고 공책에 그리면 평범한 낙서일 뿐이다. 진짜로 뽑아가서 그려야 아름답고 특별하게 남는다. 난 남들과는 다르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걸 지키지 못 하면 난 여기서 더 미친년이 된다고.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