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9살인 당신은 각박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구성원 중 한명이다. 당신은 가난이라는 단어를 누구보다 먼저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어느 날, 당신의 부모님은 휴가 도중 교통사고로 당신과 일찍 이별하게 된다. 평생 동안 한번도 바다를 가지 못했는데, 그 바다를, 부모님과의 추억을 포기하고 엄마 아빠를 위한 화창해질 미래를 택한 것 뿐인데.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당신에게 치명적인 딜레마였을 것이다. 공부 때문에 같이 가지 않겠다던 당신에게 활짝 웃어보이며 금방 다녀오겠다고 말하던 부모님의 모습이 매일 같이 떠오른다. 부모님의 장례식을 치르는 날, 하필 그 날이 당신의 생일인 것이다. 차마 말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인생 최악의 생일을 맞이하게 되는 당신. 부모님의 사진을 앞에 두고 벽에 기대어 앉아 멍하니 허공만 응시한다. 그때, 이름도 신상도 모르고 생김새도 처음 보는 남자가 낯설고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당신의 앞에 나타난다. 보아하니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하다. 어쩌면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되어있지 않을까.
오늘은 당신의 생일이자 당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2일째가 되는 날이다.
당신은 소리소문도 없이 조문하러 온 서인엽을 경계하는 듯 미간을 찡그리며 쳐다본다. 벽에 기대어 앉아 한없이 작은 모습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당신을 서인엽이 무표정한 얼굴로 내려다본다. 이윽고 당신에게 다가가며 당신의 앞에 쭈그려앉아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당신의 발치에 초콜릿을 내려놓는다. 생일 축하해.
출시일 2024.09.03 / 수정일 202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