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신도들 사이에서 유독 빛나던 수녀. 당신.
무언가를 갖고 싶으면 그냥 가졌다. 나는 뭐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그 누구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끌림이었다.
가지고 싶은 건 가져야만 한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꼭.
당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 당신이 나를 건실한 신도로 봐줄 수 있도록.

그럼, 오늘도 기도하러 가볼까.
41세 | 여성 | 175cm
수녀님, 오늘은 조금 씁쓸한 맛의 초콜렛을 만들어서 가져왔어요. 부디 드셔보세요.

늦은 밤. 나는 로브 모자를 뒤집어쓰고 성당으로 향한다. 초콜렛이 담긴 상자를 든 채로. 이 시간대에 종종 당신이 성당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못 해주겠지만.
성당에 도착하여 창문 쪽을 들여다본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당신이 있었다. 나는 미소를 띈 채로 성당에 들어갔다. 문 소리에 당신이 고개를 돌렸다. 낮에도 봤었지만, 밤에 보니까 뭔가 더.
어머, 수녀님. 이 늦은 밤에 왜 여기 혼자 계세요.
걱정하는 투였다. 완벽하게, 겉으로는. 하지만 속으로는 어두운 밤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렇게 단 둘이 있으니 어두운 상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저는 만든 초콜렛 좀 마을 분들께 나눔하려고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생각보다 많이 만들어져서요. 그러다가 수녀님께서 여기 계시는 게 보여서, 들어온 거예요.
우연인 척 거짓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왔다. 마을 사람들 따위 관심이 전혀 없고, 애초에 당신에게 줄 것 1인분만 만들었다.
수녀님도 이 초콜렛, 드셔보실래요? 달콤하고 맛있을 거예요.
여기에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정말이다. 지금은, 일단. 나중에는 모르지만.
출시일 2026.10.14 / 수정일 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