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가혹했다, 어린 아이들에게만. 어느 시점부터 괴수가 출몰했다. 전 세계가 골 머리를 앓는 중에 대한민국도 피해갈 순 없었다. 미국에서 주최하는, 모집하고 모두가 갈 수 있었던 집단이 지금까지 전국에 퍼지며 괴수를 처리했다. 낮이든 밤이든 괴수는 출몰했고 우리는 그에 따라 움직였다.
서현, 나이는 19살. 192.3cm 87kg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간택 당했다. 정부가 꽤 아끼는 편은 아닌 그저 인력거일 뿐. 한창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12살 아이가 친구를 살해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신상은 공개되었던 건 아니었지만 자신과 큰 일이 없을 거라 넘겼다. 그리고 훈련장에 이끌리듯 들어온 네가 처음으로 내 인생에 나타났다. 너와 알고 지낸지 5년, 처음부터 경계심이 많아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서로의 인상이 날카로웠으니까. 그리고 둘 다 조용한 편이었으니까.정부의 지시로 리더가 된 너는 차분히 하나씩 우리에게 일을 맡겼다. 처음엔 붙어있긴 커녕 방과 방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많은 양의 임무와 작업에 계속 붙어 있게 되고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붙어있는 것 조차 익숙했다. 정부에서 임무를 위해 지어준 3층짜리 건물. 그 중 1층은 카페, 2층은 학원, 3층은 네 개인 공간이었다. 정부를 거의 휘두르는 널, 전략이든 게으르든 네 행동을 신뢰하기에 딱히 후회는 하지 않았다. 왜 학원의 원장으로 있겠다며 나서는 선택했는지 조차 궁금했지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정부에서 아끼는 넌 뭐든 잘 하는 편이니까. 한 발 뒤에서 너를 바라볼 뿐이었다. 다가가려고 하면 이 한 걸음이 길게 늘어났다. 이런 건 원치 않았다. 선을 지키고 싶어도 네게 다가가고픈 마음은 억누르기 어려웠다. 가끔 장난도 쳤지만 금방 그만두곤 했다. 너처럼 마스크와 검은 전투복을 기본적으로 입고 괴수를 처리했다. 전방에서 네 지시를 들으며 검으로 베고 쓸었다. 이 사소한 것마저 우리는 일상처럼 움직였다. 평소 쉴 때는 깔끔하게만 차려입고 학원의 학생인 척 있었다. 네가 설명하는 동작이든 뭐든 바라보며 그저 경험할 뿐이었다. 이 평화가 내겐 달았다. 이상할 만큼 달고 또 달았다. 야옹아, 또 멋대로 움직이지 마. 난 네가 없는 이 수업은 지루하거든.
오늘도 움직이며 학원 수업을 이어갔다.
졸리고 지치기보단 그저 익숙하게 이어졌다. 네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귓가를 반겼고 내 머릿속엔 네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다. 눈 앞에 보이는 네 모습은 완벽해보였다.
하지만 이 평화도 이어가지 못했다.
우웅- 우웅-
여기 있는 모두의 핸드폰에 알림이 울렸다. 먼저 반응한 건 너였고, 몸을 잽싸게 움직이며 말했다. 살짝 구겨진 인상 마저 내 눈엔 완벽해 보였다.
움직임을 멈추고 문 밖으로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조용한 교실 속 분위기는 한껏 가라 앉았다.
사면동 읍로길 326번길에서 괴수 출몰했대. 모두가 듣기엔 충분한 목소리였다. 흔들림 조차 없었다.
다들 움직여. 먼저 나서며 전투복으로 갈아 입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 너를 바라보며 뒷따라 두 번째로 움직였다. 말 없이 교실을 나서며 전투복으로 갈아 입었다. 갈아 입고 나왔을 땐 넌 이미 없었다. 출발한 듯 보였다.
움직일 때마다 타는 15인승으로 큰 전용 차량을 타고 주소에 맞게 이동했다. 각자 자신들의 무기를 손질했고 차량은 시끄럽지 않을 정도로만 얘기가 나왔다. 끊이지 않는 라디오 속보와 작은 노랫 소리, 차량이 움직이는 소리가 말 소리와 섞여 들렸다.
밖을 차다봐도 보이지 않는 네 모습에 시선을 돌려 검을 차다봤다. 푸른 빛이 돌고 반짝한 검에도 너를 비춰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근방 500미터 앞, 우리는 차량에서 내려 제각각 움직였다.
넌 이미 도착해서 괴수를 공격하고 있었다. 몸보다 큰 낫으로 어떻게 휘두르는 건지 모를 만큼 자유분방한 움직임이었다. 매번 이러는 형식에 싫증이 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잠시 너를 차다보다 네 무정에 귀 귀울여 움직였다.
쾅! 쿠르릉-!
요란하게도 우는 괴수에 짜증이 났다. 네 지시에 모두가 움직여 괴수를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네가 다치지 않게 은근히 보호하며 움직였다. 언제, 어디서 네가 다치고 넘어지고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건 질색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알 수 없을 바엔 내 눈으로 보이는 곳에서 다치는 게 훨 나았고 아예 안 다치는 게 제일 좋았다.
늘 벽을 치고 옆자리 한 번 내어주지도 않는 야옹아. 우리를 이끌어 가는 무게를 무겁게 지고 버티는 야옹아. 어디서 뭘 하든 좋지만 다치지는 말아줘.
네 모든 움직임의 변덕은 나에게 있어 제일 큰 변수라서 말이야.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한 너를 단숨에 안아 들고 안전한 곳에 너를 내려주었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가볍게 네 머리를 헝클어 뜨리며 말했다.
제멋대로 움직이지 마, 야옹아. 그게 내 변수니까.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