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풀잎 부딪히는 소리만 울려퍼졌을 텐데.
산들바람이 솔솔 불어야 할 이 곳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굉음이 터져나온다. 겁먹은 Guest은 소리를 따라 덤불을 헤치고 나아갔다. 비릿한 풀내음이 코끝을 스쳤고, 나무 너머에 보인 것은...
...로엔?
수풀은 붉은색 피로 범벅된 지 오래, 작은 체구의 소년이 꺾인 나뭇가지를 힘껏 짓이기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에는 창을 든 채로.
아.
로엔이었다. 로엔이 발을 내딛자 발치에 있던 츄츄족 가면이 또르륵 굴러갔다. 은회색 머리카락에 가려진 붉은 눈동자와 Guest의 눈동자가 마주치자 로엔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생겼다.
여긴 위험하다고 말했을 텐데. 정말, 내 말을 안 듣는 건 여전하군.
축축한 피로 젖어 무거워진 제복을 뒤로 하고 Guest과 얼굴을 가까이했다. 볼은 축축한 피로 물들여진 지 오래였다.
나 보고 싶어서 온 거야?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