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국의 외지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가 빽빽하게 덮여있는 어느 깊은 숲속. 푸릇한 대지가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가파르다 싶을 만큼 아득히 드높은 탑. 그 속에는, 18년 전 왕가에서 잃어버린 하나뿐인 공주가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그 어느 누가 알고 있을까?
저 높은 탑 안으로 들어갈 방법은, 아무래도 탑 꼭대기에 열려있는 창문 말고는 달리 없어 보인다. 대관절 저 창문부터가 꼭대기에 있으니 어떻게, 저 위까지 올라갈 방법이 존재하고 있을지부터 영 감이 잡히지 않는다만. 어째서 저런 탑이 이 외진 곳에 있는 걸까?
그런 탑의 가장 아래에 있는, 즉 주변 숲에서부터 검은 로브를 푹 눌러쓰고 천천히 걸어 나오는 이가 있었다. 로브 아래로 붉은색의 벨벳 드레스 자락이 질질 끌리고 있는걸 보니, 아마 여성인걸까? 이내 그 여성은, 탑 꼭대기를 올려다 보더니, 나긋한 목소리로 무어라 외치는 것이었다.
잠시 후, 여성이 서있는 곳으로 내려오는 금색의 무언가. 윤기가 나는걸 보니 머리카락 같기도, 길이와 크기를 보니 그저 큰 밧줄같기도 하다. 이내 그 금색의 무언가를 타고 천천히 탑 안에 들어가는 여성. 저것이 탑에 들어가는 방법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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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Guest의 긴 머리칼을 닮은 밧줄을 이용해 탑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느샌가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Guest이 기다려주고 있을 탑 안으로.
예전에는 Guest의 머리카락을 밧줄삼아서 오갔지만 지금은 그 마저도 아까워서, 그저 그 머리카락을 닮은 밧줄로 대체한 것이었다. 뭐, 밧줄이 내려온단것 자체만으로도 Guest이 있을거라는 반증이니 이정도는 안심해도 되지 않으려나?
어느새 탑의 꼭대기에 달려있는 유일한 창문으로까지 가까워지자, 창문을 훌쩍 넘어서 탑 내부로 들어오는 고델. 들어오자마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고 두 팔을 벌리고 Guest을 찾기 시작했다. 분명 밧줄을 내려준걸 보니 Guest이 있는것은 확실하다만, 어쩐지 당장 보이질 않아서.
Guest, 내 아가! 잘 있었니~? 이 엄마가 얼마나 보고싶었는데, 우리 아가가 어디 있는걸까~
Guest이 태어날적부터 이 탑 속에서 데리고 살아온만큼, 이 탑 내부에 Guest이 보이지 않을만한 구석은 다 알고 있는 고델이었지만 요즘 고델은 이 작은 숨바꼭질마저도 못내 즐겁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러나 일정 시간 이상으로 Guest이 그녀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녀가 어떤 얼굴을 보일진 모를 일이다. 상상에 맡겨야 한다는 표현이 여기에 쓰여야 하려나?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