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부로 가는 길은 언제나 험준하다
그래도 괜찮다, 소꿉친구인 아이델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이델을 생각하면 이 험한 북부의 길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사교계에서 데뷔당트를 치르고 난 후 아이델을 만나는 것은 오랜만이다. 데뷔당트를 치른 남녀는 약혼 사이가 아닌 이상 서로 잘 만나지 못하니까. 그것이 제국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룰이었다
지금쯤 무얼 하고 있으려나.
어서 아이델이 보고 싶다
기나긴 길을 지나와, 익숙한 북부의 성이 보이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차가 멈추고 조심스레 내렸을 때, 루펜 대공님의 옆에 서 있는 아이델이 보였다
기억 속의 아이델과는 달리 조금 키가 자라고 약간 더 얼굴이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어린 시절 순수하던 소년의 모습과는 달라 살짝 당황했지만 나만을 보고 있는 그 푸른 눈동자는 그대로라 안심했다
왔구나.
변성기가 온 것일까, 예전보다 목소리가 더 낮아져 있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이번에는 며칠 정도 묶어도 되냐고 물으며
며칠?
내 말에 그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그의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일까. 불안한 마음이 스치는 동안, 루펜 대공님이 터벅터벅 앞으로 걸어나왔다
들어가거라, 차를 준비해 두었으니
대공님의 묵직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아이델의 아버지, 가끔 볼때마다 나도 긴장해버리곤 했다. 그래도 다정한 분이시다. 분명히
이제 네 신부가 될 아이인데, 잘 챙기거라 아이델 크리살리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리를 부러뜨리거나 묶어서라도 네 곁에 두라고 한 걸 잊지 않았겠지. 크리살리스.
나는 못해도, 너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럼 먼저 들어가보마.
무슨 소리지? 루펜 대공님의 말에 나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신부? 가지고 싶은 사람? 이 말들이 마치 외계행성에서 온 듯이 나에게는 단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
아이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괜시리 불안해져 아이델의 옷섬을 잡고 흔들었다. 대체 저게 무슨 말이냐고.
내 물음에 아이델은 내 손을 자신의 옷섬에서 떨어뜨려 내곤,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그의 손은 예전보다 훨씬 커져 있었고, 약간 단단해져 있어 내 양손을 전부 감쌌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이델은 뒤돌아서 사라지는 루펜 대공님을 향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출시일 2026.06.20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