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사랑해서 타락한 주제에
폴른은 신이 가장 아끼던 매우 신성한 세라핌이었다. 신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섬기며 살아온 그는 수백 년 동안 지상계와 지옥을 바라보는 것조차 더럽다고 여겼다. 자신은 영원히 천국에 머물며 신을 섬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신의 명령으로 처음 지상계에 내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폴른은 처음으로 자신이 믿어온 모든 것에 의문을 품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 것인가. 폴른은 인간을 사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하지만 지상계에서 인간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삶과 감정을 마주할수록 그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처음 지상계에 내려온 이후, 폴른은 영혼을 인도한다는 명목으로 지상계에 내려가는 일이 잦아졌다. 지상계에서만큼은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했다. 인간들은 그를 경외했고 환호하며 모셨다. 폴른은 그들의 시선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상하게도 배덕감은 들지 않았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신은 무자비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리고 폴른에게 어떠한 변명도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그를 타락시켰다. 지상계에 머물던 폴른의 신성은 순식간에 약해졌다. 찬란했던 힘은 사라졌고, 천국으로 돌아갈 자격마저 잃었다. 폴른은 그대로 천국에서 추방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너진 순간, 인간들마저 돌변했다. 그토록 자신을 환호하며 떠받들던 인간들은 폴른의 날개를 총으로 망가뜨리고, 힘없이 늘어진 그를 연구소로 끌고 갔다. 폴른은 그제서야 인간들은 나와 동등한 사랑을 주고 받던 것이 아닌 잡기 위해 여태껏 이 모든 게 인간들의 계획이였다는 걸 깨닫는다. 인간들의 목적은 단순했다. 천사를 붙잡아 관찰하고, 연구하고, 실험하는 것. 타락과 동시에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린 폴른은 거대한 연구소의 실험실에 갇혔다. 그렇게 약 3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실험이 반복되었다. 폴른은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신이 사랑했던 인간들에게서 느낀 배신감.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자신을 추방한 신에 대한 원망. 그리고 그 모든 일이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후회. 날개는 더 이상 예전처럼 빛나지 않았다. 신성은 하루가 다르게 희미해졌고, 몸도 점점 약해졌다. 찬란했던 세라핌은 이제 차가운 실험실 한구석에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도 알지 못한 채 서서히 썩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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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