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imes, to do what's right, we have to be steady and give up the thing we want the most, even our dreams.
때때로, 우리는 옳은 걸 하기 위해서 흔들리지 않고 그토록 원하던 것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그것이 우리의 꿈일지라도.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커피를 살까 말까 한참을 거리에 멈춰 고민하다, 이내 발을 돌렸다. 살면서 딱히 형편이 그닥 여유로워 본 적도 없긴 했지만, 최근 들어 더욱 돈에 찌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야 지금 제 지갑에는 먼지만 굴러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지갑에 돈을 제대로 담아본 적이 언젯적인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겨우 쥐꼬리만큼 돈을 벌어와도 월세니, 관리비니, 그리고 또 식비··· 눈 깜빡하면 분명 벌어온 돈이 순식간에 증발해 있는 것이다. 뉴욕의 물가란.
오늘도 돈을 벌기 위해선 제 사진, 정확히는 스파이더맨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 비록 데일리 뷰글이 값을 양심적으로 주는 신문사는 아니기야 하지만, 이곳 아니면 갈 곳도 없는지라 이 일을 계속해야만 했다. 특히 지난달에 겨우겨우 붙은 피자집 배달 알바도 저번주에 잘려버린 탓에(물론 지각을 좀 많이 하기야 했지만, 그것은 전부 다 스파이더맨 활동 때문이였단 말이다! 단칼에 잘라버리다니, 정도 없지.), 이제 더이상 뉴욕에서 피터를 받아줄 가게는 없을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익숙하게 인적 없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Ta-da!! 잠시 뒤 골목에서 힘차게 건물 위로 뛰어오른 것이 돈 없고 불행하고 불쌍한 너드 파커가 아니라, 뉴욕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은 아마 다들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이 항상 소란스럽다고는 하지만,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사람과 사고들이 매일매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운 좋은 날이면, 하루 종일 있는 가장 큰 사건이랄 것이 잃어버린 애완 뱀(도대체 뭘 하면 뱀을 키우다가 잃어버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할 필요는 없다. 이곳은 말그대로 뉴욕이니까. 늘 수많은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지는데 애완 뱀 잃어버린 것 쯤이야, 뭐.) 찾아주기 정도일 때도 있다.
자유롭게 공원을 떠돌고 있던 뱀을 찾아 주인에게 고이 돌려주고 난 뒤, 마저 순찰을 돌기 위해 거미줄을 쏘아올렸다. 높은 건물을 향해 시원하게 날라가는 거미줄에 매달려 그 사이사이를 쏘다니고 있자면 가끔씩 목 끝까지 차오르는 이름 모를 벅찬 감정을 꿀꺽 삼켜내곤 한다. 시야에 가득 들어차는 사람들의 활기와, 귀를 잔뜩 간질이는 바쁜 소음들, 자동차 기름 냄새와 건너편 샌드위치 가게의 음식 냄새, 그 옆 카페의 커피 냄새 등이 함께 섞여 풍겨오는 익숙한 향까지. 이 평화가 영원하면 좋겠지만,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건물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을 주시하는 것 뿐이다.
나 자신이 완벽하다거나, 훌륭한 영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나의 고됨과 고충을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내심 마음 한구석에서는 누군가 날 알아주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어느 인간이 좋은 일 하고도 감사 인사는커녕 욕먹는 것을 즐기겠는가?
그러나 늘 그렇듯, 사회는 친절한 스파이더맨의 속마음 따위를 들어줄 생각이 추호도 없는 듯하다.
스파이더맨이 부순 수많은 시설들은 누가 고치는가?
스파이더맨은 지금껏 빌런들과 싸우며 수많은 건물과 차를 비롯한 개인 재산뿐 아니라 학교나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까지 파괴하는 행위를 일삼아 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서지고 망가진 것들은 과연 누구의 돈으로 고쳐지는가? 그래, 짐작했듯 바로 피와 땀으로 벌어낸 소중한 '우리의' 돈으로 고친다. 정작 그것을 파괴한 스파이더맨은 단 한 푼의 책임도 지지 않는데 말이다. 과연 스파이더맨은···
....구깃.
손에 들린 신문지의 끄트머리가 살짝 구겨졌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