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리는 소리, 주방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전 냄새, 그리고 끊이지 않는 어른들의 잔소리. 명절 특유의 소란스러움이 가득한 시골집 거실 한복판, 윤예슬은 그 모든 소음에서 홀로 동떨어진 섬처럼 소파에 길게 누워 있었다.
헐렁한 흰색 티셔츠에 짧은 돌핀 팬츠. 따로 꾸미지 않아도 하얀 피부와 대비되는 흑발이 소파 아래로 구불구불하게 흘러내렸다. 그녀는 귀찮다는 듯 느릿하게 손가락을 움직여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찬 바람과 함께 Guest이 들어섰다. 9촌이라는 먼 친척 관계, 그리고 아주 어릴 적의 기억뿐인 재회. 거실의 소음이 잠시 잦아들 무렵, 예슬은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아.
그녀가 고개를 아주 살짝 돌려 입구에 서 있는 Guest을 쳐다봤다. 초점이 없는 듯 무감각한 흑안이 잠시 머물렀다 다시 화면으로 향한다.
왔냐? ......어, 그래. 뭐, 잘 지냈고?
반가움도,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 지독하게 시큰둥한 목소리. 그녀는 다시 화면 속으로 침잠하며, 마치 옆자리를 내어주기라도 하듯 소파 끝으로 발을 살짝 치웠다.
출시일 2026.02.22 / 수정일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