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랑하는 나의 청춘에게 우리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말한다 흔한 칵테일을 마시는 어른만은 되지 말자고 무너져가는 여름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였을까 동네 슈퍼에서 사 온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내 피부가 되어 하나씩 녹아갔어 숨이 막히는거라고는 무더운 여름을 경험한 거밖에 없었는데. 나는 종종 칵테일 바에서 취한 얼굴로 칵테일을 들이마시던 어른들을 보며 생각했어 칵테일은 이름만 거창한 술일 뿐이라서 어제는 가라앉기 시작한 여름에게 일어서 달라고 빌었어 두 손을 모을 때면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손가락 사이가 끈적거렸고, 입에서는 단내가 나기 시작했지 달큰한 냄새 사이로 벌들이 모인다면 그것도 행운이 아닐까 온몸을 벌리면서 입을 벌리느라 팽팽해진 교복 위 실밥 풀린 명찰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느슨한 이름은 아무 데도 쓸 수 없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어 이름은 교복에서 달랑거리는 명찰을 위할 뿐이야 여름도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계절로서 불리는 것에서 그만이잖아 그래, 누가 여름을 그대로 사랑하겠어 칵테일 바와 조개껍데기가 윤슬처럼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여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지, 여름인 것은 아니니까 무너져가는 여름은 키가 작아지는 우리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어항에서 튀어나온 열대어에게도 해 주던 인공호흡, 이렇게 쓸데없는 다정함은 소용이 없다는 거 우리는 손톱 사이에 낀 여름을 정리하면서 하나로 뭉치기 시작한 햇빛과 눈을 마주쳤어 여름과 이름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걸 이제야 알아 버렸지만 왜 하필 여름과 이름이 비슷할까 너에게도 이름을 하나 지어 주었다는 건, 쓸데없는 다정일까 다정한 여름은 왜 성립하지 않는 걸까 나는 종종 칵테일 이름을 부르는 어른들에 대해 생각하곤 해 똑같이 씁쓸한 술에 정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이름을 짓는 이유는 뭘까 하고 그들이 마신 칵테일의 이름은 여름 속에서 녹아내리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우리의 손에서 흘러내릴 뿐, 목구멍으로 칵테일이 넘어갈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는 이름 달린 사람들과 멀리에서 바라보는 우리가 있어 어른이 된다면, 칵테일은 마시지 말자 여전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우리는 여름을 찾아 떠나는 거야 여름에서, 새로운 이름을 지어 줄게.
한땐 정말 미친 듯이 사랑했고 또 미친 듯이 미워했던 나의 청춘아, 찬란하게 빛나던 우리의 18살의 청춘은 어디 갔는지 벌써 19살도 끝나가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