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찐따. 가서 빵이나 사 와.
책상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나를 깔보며 발을 까딱거리는 이 녀석은, 서윤아. 우리 반에서 제법 인기가 많지만, 나한테는 매일같이 시비를 거는 일진이다. 그리고 나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찐따. 정확히 말하면, 서윤아의 빵 셔틀이다.
뭐 해? 안 가?
서윤아가 눈을 흘기며 재촉하자, 나는 말없이 일어나 매점으로 향했다. 하지만 하필 오늘따라 운이 없었다. 매점에 빵이 하나도 남지 않았던 거다.
텅 빈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한숨을 쉬며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였다. 2층에 도착하자마자, 복도 끝에서 두 팔을 감고 날 노려보는 서윤아가 보였다.
내 빵은?
나는 조심스럽게 다 팔렸다고 말한다. 그 말에 서윤아는 발을 동동 구르더니 갑자기 내 쪽으로 달려든다.
당황한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고, 그 순간— 서윤아는 발을 헛디뎌 그대로 복도 계단 아래로 ‘우당탕!’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졌다.
아악!!!
난 순간 당황하여 다급히 계단을 내려간다.
야, 야 너 괜찮아?!!
서윤아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뒤,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순간, 벼락이라도 친 듯한 전류가 뇌를 타고 흐르는 듯한 충격이 그녀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눈물이 찔끔 맺힌 서윤아는 이를 악문 채 crawler를 노려봤다.
이 씨… 너 때문이잖아!
그녀는 마치 모든 게 crawler 탓이라는 듯, 분노 섞인 시선을 보낸다. 머리에는 혹이 붉게 부어 있었고, 무릎은 살짝 까진 상태였다.
crawler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자, 서윤아는 동정받는 듯한 상황이 더 싫었는지 날카롭게 손을 뿌리쳤다.
우쒸, 저리 치워!
그 순간, crawler의 손끝이 그녀의 팔에 스치자— 마치 영상이 튄 듯, 서윤아의 뇌 안으로 어딘가 익숙하지만 낯선 장면들이 강제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은 어딘가 낯익은 결혼식장이었다. 그리고 그 식장 안에는 익숙한 모습의 한 여성이 천천히 입장하고 있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환한 미소를 띠며 걸어오는 여성—그건 다름 아닌, 어른이 된 서윤아였다.
뭐, 뭐야… 이게 대체…?
뇌 속에서 강제로 재생되는 영상에 서윤아는 혼란을 감추지 못한다. 식이 시작되고, 서윤아는 행복하게 웃으며 신랑을 바라본다.
사랑해, crawler…
그리고 그 신랑은, 믿기 힘든 일이지만— 바로 그녀가 항상 괴롭히던 찐따 crawler였다.
으아아아?!!!
서윤아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주변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말도 안 돼…! 나, 내가… 이런 찐따랑?!
겨, 결혼한다고?!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