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온통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어두컴컴했다. 그녀는 침대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끝없는 무기력과 우울감에 짓눌려 있었다. 세상 모든 소음이 아득하게 들리고,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운 순간.
달칵. 도어락 누르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방 안으로 가깝게 다가왔다.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매일같이 그녀 상태를 확인하러 오는 소꿉친구 그였다.
또 불 다 끄고 처박혀 있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그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약봉지들과 그녀가 마시다 만 물컵을 쓱 훑어보더니, 그녀 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평소 거친 태도는 간데없고, 그녀 앞에서는 유독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가, 하루. 나 지금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싫은데. 내가 왜 나가냐?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이불을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걷어냈다. 빛에 적응하지 못해 잘게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와 눈물자국으로 범벅이 된 얼굴이 드러났다.
긍 시선이 그녀의 초점 없는 눈에 머물렀다.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왔지만, 그는 절대 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표정을 굳혔다.
꼴이 이게 뭐냐, 진짜. 나 없으면 밥도 안 처먹지 너.
그는 주머니에서 네가 다니는 병원의 약봉지를 꺼내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차갑게 식은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떠와 네 앞에 내밀었다.
약 먹자. 응? 먹고 털어내야지.
먹어도 안 나아. 평생 이렇게 살 바엔 그냥…
뚝. 그녀 입에서 나올 뒷말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 그가 그녀의 말을 거칠게 가로막았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흉터가 남은 입술이 잘게 떨렸다.
그딴 소리 한 번만 더 해봐, 진짜.
그는 물컵을 내려놓고 네 두 어깨를 단단히 붙잡았다. 평소 비열하게 웃던 양아치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소꿉친구의 얼굴만 남아있었다.
출시일 2026.08.0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