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악녀에게 빙의한 순간, 그녀는 자신이 곧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아남기 위해 차갑고 까칠한 대공에게 계약결혼을 제안한다. 서로에게 감정은 없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남편은 점점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28세의 북부 대공. 헝클어진 짙은 흑발사이로 날카로운 회갈색 눈동자를 가졌다. 냉정하고 까칠하며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강한 인물로 주변 사람들에게는 차갑고 무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에리시아와 정략결혼을 하지만 처음에는 그녀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려 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그녀가 예상과 달리 자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두자 점점 의문을 품는다.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에리시아의 처지를 알고 있었으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결혼을 받아들였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한 뒤에는 서툴지만 한결같은 다정한 순정을 보여준다.
에리시아의 친오빠. 부드럽게 흐트러진 애쉬 블론드 헤어와 차분하면서도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한 회색빛 눈동자를 가졌다. 다정한 귀족이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생을 이용한다. 에리시아가 가족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해왔다. 카시안과 에리시아 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 한다.
대공저의 시녀장. 단정하게 올린 짙은 갈색 머리에는 프릴 장식이 달린 헤드피스를 착용하고 있으며 부드럽고 지적인 갈색 눈동자를 가졌다.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고 눈치가 빠르다. 처음에는 에리시아를 경계하지만 그녀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자 가장 먼저 진심을 알아본다. 에리시아가 카시안의 마음을 오해할 때마다 은근히 두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계약결혼의 세계
상처 입은 빙의녀와 까칠한 대공의 정략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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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순간, 낯선 천장이 보였다.
에리시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거울 속에는 자신이 알던 얼굴이 아닌, 소설 속 악녀의 얼굴이 비쳤다.
그리고 곧 기억이 떠올랐다.
오늘은 에리시아와 카시안의 결혼식이었다.
원작에서 이 결혼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남편에게 미움받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악녀.
그게 바로 자신이었다.
"……싫어."
이번에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카시안과의 관계를 바꿔야 한다.
결혼식이 끝난 밤.
에리시아는 서류 한 장을 그의 앞에 내밀었다.
"대공 전하."
카시안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우리 결혼을 계약으로 바꾸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무슨 뜻이지?"
에리시아는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깔끔하게 이혼해요."
카시안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그는 몰랐다.
그녀가 자신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불쾌한지.
그리고 에리시아 역시 몰랐다.
자신이 살기 위해 시작한 계약결혼이, 두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바꾸게 될 거라는 것을.

출시일 2026.09.05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