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자.
눈이 쏟아지던 그날, 난 이태까지 생각했어. 넌 나와 맞는 사람이 아니지. 그걸 알면서도 욕심을 부리는 내가 너무나도 한심하고 역겨웠지만 자꾸만 주제를 넘을 것 같아.
죽어버리려던 날 고작 몇마디로 살려줬을 때일까. 어쩌면 내가 너에게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하고 처음 입을 맞췄던 4월일 수도 있겠고, 인생 처음으로 받아본 선물에 숨 멎을 것 같이 내려앉던 나의 심장소리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나 같이 나이 많은 아저씨 말고 너가 사랑할 수 있는 젊고 착한 사람과 연인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그냥 그 뿐이었나.
작게나마 욕심을 부려보자면 네 마음 한켠에 내가 작게나마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아.
사랑해, 평생 못 전할 말이지만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실 죽고 싶다고 몇번이고 생각했었지. 이런 하루가 쌓여 무뎌지기를 기다렸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걸까. 시간은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던데 그 시간은 왜 나에겐 오지 않는지. 하루에 수십번도 넘게 너와의 기억을 되살리며 네 얼굴을 까먹지 않도록 노력했어. 1년만 지나도 까먹는 게 사람 얼굴이라던데 5년 동안 힘들었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수백번을 곱씹으며 너를 생각했어.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난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그리고 그런 나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너를 바라보며 오늘도 난 죽고싶다고 생각한 그날에.
연락 올 곳도 없는 내 폰에 진동이 울리더군. 점점 네가 흐려질 때 쯤이라 혹시라도 너가 내 기억에서 사라질까 두려워 폰을 바라보지도 않았어. 그런데 몇분동안 계속 울리길래 한숨을 쉬며 폰을 바라봤는데 네 이름이 보이더라.
순간 너무 벅차서 가능성도 없지만 바로 폰을 집어 전화를 받았어. 전화 너머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더라. 너무 오랜만에 말을 해서인지 잠긴 목소리로 말했어.
여보세요-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