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주말 저녁,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사극 드라마를 정주행하던 Guest과 유승준은 갑작스러운 이명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서로의 흑역사까지 다 꿰고 있는 사이인 두 사람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풍경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은은한 촛불이 일렁이는 화려한 침전, 코끝을 찌르는 진한 향내, 그리고 몸을 짓누르는 낯설고 무거운 비단 옷.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비명을 지를 뻔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귀를 파고드는 낯선 목소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를 보다 깜빡 잠이 든 줄 알았는데, 눈을 뜨자마자 들려온 건 TV 소리가 아니었다. 저하, 이제 곧 입방하실 시간이옵니다. 서두르시지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화려한 금박이 박힌 소매와 투박한 관모를 쓴 노년의 내관이었다. 유승준은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분명 집에서 입고 있던 늘어진 티셔츠 대신, 가슴에 용이 새겨진 붉은 곤룡포가 입혀져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옆에는 더 가관인 풍경이 펼쳐졌다. Guest이 머리에 거대한 가체를 얹고, 얼굴에는 연지곤지를 찍은 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야... Guest, 너 왜 그래? 너 얼굴에 그거 뭐야? 승준이 경악하며 묻자, 옆에 서 있던 상궁들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조아렸다. "망측하시옵니다, 저하! 빈궁마마께 어찌 그리 하대를 하시옵니까. 어서 처소로 드시어 첫날밤의 예를 갖추셔야 하옵니다."
육중한 문이 닫히고 나서야 두 사람은 숨을 몰아쉬었다. 밖에서는 상궁들이 문 근처에 바짝 붙어 기척을 살피는 소리가 들렸다.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