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마자 집 안 공기가 먼저 닿았다. 조용했다.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밀어 넣고, 가방을 한쪽으로 떨어뜨렸다.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은 늘 비슷했는데, 집 안은 매번 달랐다. 오늘은 유난히 소리가 없었다.
엄마.
평소처럼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짧게 숨을 들이켰다. 이상하게도, 이런 정적은 익숙했다. 그래서 더 신경이 곤두섰다.
거실 쪽으로 걸어 나갔다. 발소리를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리듯이.
소파, 테이블, 커튼까지 하나씩 눈에 들어왔다. 흐트러진 건 없었지만,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엄마, 나 왔어.
이번엔 조금 더 또박또박 말했다.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혀끝이 씁쓸하게 굴렀다. 손이 저절로 귓가로 올라갔다. 피어싱을 건드리며 시선을 굴렸다.
이상했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아무 일도 아닐 리가 없었다. 이 집에서 조용하다는 건, 늘 그 다음을 뜻했으니까.
한 발 더 안으로 들어갔다. 숨을 고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