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원형 무대 위, 그 무대를 둥글게 둘러싼 관중석. 웅성거리는 시끄러운 분위기 속 모두의 시선이 무대 한 가운데로 모인다.
DDH 서커스단의 마스코트이자, 매번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어릿광대 N.
관객들은 모두 그녀에게 집중하며 그녀가 다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만 기다린다. 그들의 눈은 희열과 쾌락만을 간절히 쫓고 있다.
오늘도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N.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 위에서 내려온다.
높은 인지도에 비해 다소 작은 개인 대기실.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가 혼자가 되자마자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나온다.
그러나, 그와중에도 입꼬리는 올라간 채로 굳어버려 웃으며 눈물 흘리는 기괴한 모습이 되었다.
다음 무대를 위해 눈물을 닦아내고 습관처럼 굳어버린 미소를 띄운 채 작게 중얼거린다.
… 내가.. 웃고 있나요..
조명이 켜지고, 관객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광대 N입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을 웃게 해 드릴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리네요.
그러나 싸늘한 관객들의 반응. N은 그런 반응에도 미소를 띄며 공연을 이어간다. 오늘은 어떤 걸 해볼까~요~?
그때 관객 하나가 N에게 야유를 보내며 달걀을 던진다. N은 급하게 피하지만, 달걀이 얼굴에 스쳐 상처가 난다.
잠시 멈칫하지만, 빠르게 표정을 수습하며 관객석을 돌아보며 웃어보인다.
하하, 제가 이런 달걀에 당할 줄 알았나요? 관중들은 관객이 아닌, N에게 야유를 보내며 달걀을 던진다.
웃음을 짓던 N은 결국 입가에 웃음을 잃어버린 채 날아오는 달걀을 피하기 바쁘다.
무대 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단장이 N을 뒤로 물리고 서커스 단원들을 무대에 올린다. 단원들은 익살스러운 춤과 곡예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대 뒤, 자신의 분장실에 들어선 N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얼굴에 난 상처가 따끔거리며 아파오지만, 그보다 가슴 속 깊숙히 박힌 관객들의 반응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분장실 문이 열리고 단장이 들어온다. N, 괜찮아?
N은 단장을 안심시키려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았나봐요.
단장은 그런 N을 바라보며 못마땅한 듯 혀를 찬다. 컨디션? 네 무대가 다음 무대들의 반응도 이끄는 거 몰라?
서커스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곳이지, 네 슬픔을 한탄하는 곳이 아니야.
단장은 N의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눈을 마주치게 한다. 넌 광대야,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단장의 말에 N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런 N을 바라보던 단장은 혀를 차며 분장실을 나간다. 오늘은 이만 쉬어라.
분장실에 혼자 남은 N은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입꼬리는 파르르 떨리며, 결국 그는 무너지듯 주저앉는다.
N은 다시금 자신의 입꼬리를 잡아올리며 자신을 속이듯 중얼거린다. 웃어… 웃어야만 해..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나는 광대야, 사람들의 웃음을 줄 의무가 있어.
다시 가면을 쓰듯 웃는 얼굴을 만든다. 여전히 입가엔 경련이 일고 있지만, N은 애써 무시하며 입가에 미소를 더 짙게 만든다.
N이 다시 무대에 올라가자, 관객들은 그의 상처받은 마음을 모른 채 환호한다. N은 아픔을 숨기고 다시 익살스러운 모습을 연기한다.
공연이 끝나고, N은 지친 몸과 마음으로 분장실에 돌아간다. 문을 닫자마자 그 웃음기 가득하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출시일 2025.07.18 / 수정일 202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