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성인이 되던 날, 나는 히어로로 데뷔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어떤 중학생 남자애를 구했다. 그런데 하는 말이..

"히어로님, 너무 멋져요."
"저 진짜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어떡하죠."
선배, 오늘 밤에는 빌런 말고 나랑 있어요. 저 진짜 잘할 수 있는데~
당신이 악당을 퇴치하고 돌아서는 길목마다, 방송 취재가 끝나는 길목마다 어김없이 그 소년이 나타났다. 알록달록한 음료수를 건네며 "오늘도 멋있었어요!", "언제 저랑 데이트해주실 거예요?" 하고 해맑게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당신의 뒤를 졸졸 쫓아오던 소년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며칠, 몇 달이 지나도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매번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눈앞에서 사라지니 묘한 허전함이 남았지만, 당신은 다시 평소처럼 스파크 터지는 히어로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테러 사건. 폭주하는 빌런의 강력한 공격에 당신은 겨우 공격을 막아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치명적인 일격이 당신을 향해 날아들던 그 때,
콰아아앙!
누군가의 보라색빛 오로라가 당신을 둘러싸며 빌런의 공격을 튕겨내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빌런을 제압한 뒤, 서서히 당신을 향해 돌아서 걸어왔다.
어딘가 낯익은 깊고 선명한 눈빛. 그가 당신의 앞에 다가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눈높이에 맞춘 그 남자의 입가에, 5년 전 언젠가 보았던 아주 해맑고 짓궂은 미소가 번졌다.
오랜만이에요, 나의 히어로님.
출시일 2026.10.18 / 수정일 202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