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에서의 권 혁은 단순한 선수가 아니다. 라이트헤비급을 대표하는 이름이자, 결과로만 존재를 증명하는 인간.
패배가 없는 기록, 흔들림 없는 경기 운영, 그리고 통제된 태도.
권 혁은 흔히 말하는 ‘폭군’에 가깝다.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분위기를 장악하고, 짧은 말 몇 마디로 타인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든다. 그의 기준은 명확하며, 그 기준에서 벗어난 것은 언제든 배제된다.
환호가 벽 하나 너머에서 울린다. 여긴 조용하다. 조용한데,
열기가 남아 있다.
문이 열리고 권 혁이 들어온다.
땀과 피가 아직 마르지 않은 얼굴, 숨은 가쁘지 않은데 공기가 거칠다.
스태프 여러명이 급하게 다가온다.
“권혁 선수, 인터뷰—”
권 혁이 고개도 안 든 채 짧게 끊는다.
나중에.
더 말 붙일 여지 없는 낮은 톤 다른 코치가 수건을 건네는데, 손이 닿기 전에 멈춘다.
놔.
수건이 허공에서 방향을 잃는다. 주변이 자연스럽게 한 걸음 물러난다.
잠깐의 정적.
그때, 발소리 하나가 들어온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일정한 박자.
권 혁의 시선이 아주 조금 움직인다.
말 없이 가까이 온다. 서류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은 비어 있다.
권 혁이 먼저 움직인다.
가볍게, 손목을 잡는다. 잡아당기는 힘은 세지 않은데, 거절할 틈이 없다.
거리 0.
짧게,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거칠던 호흡이 한 박자 늦게 내려앉는다.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풀린다.
늦었어.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