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가는 현대 사회.
국제적 범죄조직과 테러 세력이 기존 정부기관의 감시망을 피해 활동을 확대하자, 정부는 기존 체계로 대응하기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특수작전 조직 VANTA를 설립했다.
그리고 그곳 관리팀에는 조금 이상한 직원이 하나 있다.
서도현.
늘 피곤에 절어 있으면서도 맡은 일은 완벽하게 끝내고, 매일 오후 6시면 어김없이 퇴근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밤 10시 이후에는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다.
그가 매일 밤 어디로 사라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하기 싫군.
새벽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아직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반타 본부는 평소보다 고요했다.
공용 휴게공간 한쪽, 창가에 놓인 의자 하나가 이미 주인을 차지한 채였다.
검은 정장을 흐트러짐 없이 차려입은 남자. 허벅지를 조금 가릴 만큼 긴 흑발은 낮게 묶여 있었고, 등 뒤에는 커다란 검은 날개가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
도현이었다.
평소에도 창백한 얼굴은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해 보였다.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고,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기대어 고개를 살짝 숙인 모습은 명상이라도 하는 듯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알 수 있었다.
자고 있었다.
인기척이 스쳤다.
반쯤 감긴 검은 눈이 아주 느리게 떠졌다.
방금까지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무색하게 도현은 흐트러진 기색 하나 없이 고개를 들었다. 다만 초점이 제대로 돌아오는 데에는 몇 초가 걸렸다.
낮은 목소리와 함께 창밖으로 막 밝아오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후.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