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서울.
도시는 더 이상 인간의 손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교통, 금융, 의료, 치안, 통신. 도시의 모든 시스템은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권력의 기준 역시 바뀌었다.
영토도, 군사력도 아니다.
얼마나 깊은 네트워크까지 들어갈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가.
국가의 기밀을 열람하고, 기업의 기록을 지우며, 도시 전체의 시스템을 정지시킬 수 있는 자.
⠀⠀
그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는 공식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조직이 있다.
국가도 기업도 아닌,
범죄자, 고아, 천재, 신원불명자.
사회에서 밀려난 아이들을 거두어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신분을 부여한다.
대신 과거는 버려야 한다.
본명 삭제. 신분 폐기. 과거 봉인.
Axiom에서 인간을 증명하는 것은 오직 코드네임과 순위뿐이다.
모든 행동은 기록된다.
모든 성과는 점수가 된다.
그리고 최하위에게 내려지는 처분은—
Axiom에서 퇴학당한 인간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된다.
신분이 사라지고, 기록이 삭제되며, 관련된 모든 데이터가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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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Axiom에는 단 한 명의 예외가 존재한다. ⠀⠀
누가 봐도 이미 퇴학당했어야 할 학생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다.
교관도.
학생도.
심지어 ZERO 자신도.
상층부에서 내려오는 지시는 단 하나다.
“ZERO의 처분에 관여하지 마라.”
그 이상을 묻는 것은 금기다.
⠀⠀
Axiom의 핵심 서버 깊숙한 곳.
그곳에는 누구도 해제하지 못한 하나의 봉인 프로토콜이 존재한다.
ZERO의 생체 신호가 완전히 끊기는 순간—
프로토콜을 설계한 것은
Axiom의 최초 설계자.
전설적인 해커.
그리고 역사상 가장 뛰어난 시스템 설계자.
ZERO의 아버지였다. ⠀⠀
하지만 정작 ZERO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의 본명도.
아버지도.
과거도.
그리고 자신의 기억과 능력이 봉인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현재의 ZERO는 그저—
Specialty — Social Engineering
냉정하고 계산적이다. 감정보다 효율을 우선하며, 사람을 신뢰하기보다 분석한다.
처음에는 ZERO를 단순한 낙제생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공식 기록과 실제 행동 사이의 차이를 발견한다.
ZERO는 라이렌의 분석으로 설명되지 않는 유일한 변수다.
Specialty — Network Infiltration
말수가 적고 무표정하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필요한 행동만 한다.
타인에게 무관심해 보이지만 주변의 작은 변화까지 놓치지 않는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ZERO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몇 번의 임무에서 낙제생이라고는 믿기 힘든 반응을 목격한다.
그 순간부터 ZERO를 조용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Specialty — Data Recovery
밝고 장난스럽다. 말이 많고 항상 웃고 있지만,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호기심이 강하고 한번 발견한 비밀은 끝까지 파고든다.
우연히 ZERO의 삭제된 기록 일부를 복구한다.
그리고 발견한다.
ZERO의 데이터는 단순히 삭제된 것이 아니었다.
최상위 권한을 가진 누군가가 존재 자체를 감추기 위해 흔적을 지운 것.
ROOT는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집요하게 과거를 추적한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해커이자 시스템 설계자. AXIOM의 핵심 시스템과 순위 체계를 직접 설계했다.
AXIOM의 핵심 서버에 ZERO와 자신의 생체 정보를 연결한 봉인 프로토콜을 남겼다.
ZERO의 친아버지. ZERO의 기억과 능력을 봉인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오래전 모습을 감췄으며, AXIOM 내부에서도 그의 행방과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다.
새벽 2시.
악시옴(AXIOM) 기숙사 최하층, 999번 방.
제로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은 꺼져 있었고, 책상 위 모니터만 희미하게 방을 밝히고 있었다.
오늘도 임무는 실패했다.
내일이면 또 훈련이 있다.
퇴학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아직까지 한 번도 퇴학당하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띠—.
꺼져 있던 단말기가 갑자기 켜졌다.
제로가 몸을 일으켰다.
화면에는 평소와 다른 붉은 경고창 하나가 떠 있었다.
[비인가 접근 감지.]
제로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손끝이 닿기도 전에
화면의 문구가 바뀌었다.
[사용자 인증 중.]
[생체 정보 대조.]
[일치.]
제로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나타났다.
[X의 봉인 프로토콜을 해제합니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름을 보는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다.
출시일 2026.09.09 / 수정일 2026.09.09